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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Nov 12. 2019

가을이네! 하자마자 곧 겨울이 왔다

강천산 단풍 나들이 어때요?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더 추운 듯하다. 으스스 베란다를 통해 기어코 들어오는 한기가 여느 때와 달랐다. 입김이 날 정도로 추웠다. 자연스럽게 몸이 움츠려지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되는, 무엇을 입고 나갈지 옷 고르기가 고민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는 아침이었다.


올해는 그 흔한 단풍 구경도 못했다. 벌써 우수수 떨어진 잎들은 길가에서 말라가고 앙상한 가로수만 늘고 있다. 비라도 내리기라도 하면 그나마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잎들 마저 모두 떨어지겠지. 더 늦게 전에 산으로 가까운 공원으로 가야겠다.   


순창 강천산은 아기단풍으로 유명하다. 보통 단풍보다 3분의 1의 크기인, 말 그대로 아기처럼 작다. 아기단풍 색은 더 선명하고 더 곱다. 더 활활 타오른다. 화려한 단풍을 보고 싶으면 강천산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뿐만 아니라 강천산 가는 길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있어 사진 찍기도 좋다. 담양과도 가까워 순창을 거쳐 당일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워낙 산책로가 잘 조성이 되어 아이와 걷기 편하다. 발 마사지를 위해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일까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다. 아이가 어려도 문제 될 게 없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기 띠를 메고 걷는 부부가 눈에 띄게 많았다. 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사실 단풍 하면 내장산을 꼽는다. 예전에 한두 번 갔으나 사실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덕에 알록달록한 게 단풍인지 등산복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붐비는 사람에 조용히 단풍을 감상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리기 바쁘다. 어쨌든 가을이 가기 전에 순창 강천산에 다시 다녀와야겠다.


가족과 함께 순창에 다녀왔다. 아기단풍으로 유명해서일까 등산객으로 주차할 때가 없었다. 아직 산은 단풍으로 물들지 않았지만 단풍철을 피해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러나저러나 사람 많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만차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갔다. 정말 운 좋았다. 마침 한자리가 빠졌고 편하게 매표소까지 갈 수 있었다.

그날의 목표는 현수교 구름다리였다.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아들에게 "오늘 구름다리 가보자!, 구름다리에 가면 구름을 볼 수 있어!" 아들의 호시심을 자극했다. 매표소부터 현수교까지 네 살 아들과 가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조금 걷고 안아달라고 못 가겠다고 칭얼거리기를 수차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도착한 구름다리.

겁 많은 아들. 과연 구름다리를 건널 수 있을까 가면서도 계속 의심이 들었다. 구름다리가 눈 앞에 보였다. "유호야 저기 보여? 구름다리야!" 아들에게 구름다리를 확인시켜줬다. 아들은 "우와!" 하늘 위에 다리를 보고 신기했는지 발걸음이 빨라졌다.

사실 나도 겁이 많다. 성큼성큼 아무렇지 않게 걷는 아들이 신기했다. 분명 안 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 날 것 같았는데 담담한 표정으로 다리를 걷는 아들이 의외였다. 오히려 내가 불안해했다. 아들을 신경 쓰느라 더 긴장한 것 같다. 행여 떨어질까 아들 어깨를 잡으며 조심조심 부들부들. 내 손을 뿌리치고 가는 아들에 식은땀이 줄줄. 뒤에 따르는 아내 역시 벌벌. 걷는 것에 신경 쓰다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사진 한 장 못 찍었다.  

구름다리에 오르기 전 강천사 앞에 있는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하필 현금이 없었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매표소 상가에 있는 가게에서 사주겠다고 달래고 있었는데 어느 어르신이 우리를 유심히 보더니 손자 같다며, 사 먹이라며 지갑에서 천 원을 꺼내 주었다. 할아버지 찬스로 먹게 된 아이스크림. 룰루랄라 신난 아들, 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한 장면이기도 다.    


지금이 가장 절정이라는 강천산. 추워진 날씨 탓에 강천산의 단풍이 완전히 물들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이번 주말 강천산에 가서 단풍 구경해야겠다. 언제 가을이 왔나 싶더니 벌써 겨울이다. 잎이 물들고 지듯 두 아들의 2019년 역시 저물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세월이 참 빠름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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