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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30. 2019

아이와의 여행 속에 계절 느끼기

톡톡 은행을 밟아 터트리는 놀이도 아이는 까르르

지난 일을 돌아보면 때론 참 덧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채감 속도는 더 빨리 느껴진다. 2019년 새해의 설렘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느덧 2020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작가의 서랍에 잠시 저장해둔 사진. 지금 꺼내놓기 참 민망하지만. 어쨌든 11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멋들어진 어느 날, 아들과 단둘이 전주 향교와 한옥마을에 놀러 갔었다. 전주에 살면서도 처음 가본 향교. 가을이 되면 아들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어린이집에서도 야외 수업으로 향교에 다녀왔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물들었네." 아들이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가을을 알렸다. 향교에는 수 백 년을 산 은행나무들로 가득하다. 알록달록 짙게 물든 잎들은 깊은 가을을 뽐내고 있었다. 

한창 짙어진 가을 풍경에 너도나도 가을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린 곳에 자리 잡아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도 취해봤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눌러댔다. 사진에 있는 그대로의 가을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진 찍기를 그만두고 아들과 가만히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향교를 지나 한옥마을로 들어섰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아들에게 뭐 먹고 싶어? 물어봤다. 호떡 먹자는 아들. 역시 누구 아들인지 조금 쌀쌀해진 날씨 탓에 나 역시 기름진 호떡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어묵 국물이 생각났다. 더 묻지 않고 호떡 파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먹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 아들

한옥마을에 파는 호떡은 남달랐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한 것은 밀가루 반죽이 아니었다. 몸에 좋은 뭐로?? 발효시킨 반죽. 기름에 튀기다시피 만든 호떡이 아닌 기름기가 없어서 아이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아들은 먹성은 남다르다. 딸기 맛 철판 아이스크림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사 먹었다. 

향교 근처에 전주 자연생태관이 있다. 전주시에 살고 있는 동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요즘 아들은 벅스 봇(로봇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어 한참 동안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관찰했다. 아들을 보고 아이 역시 자기가 관심 있는 것과 관련된 것에 어른 못지않게 몰입할 수 있음을 느꼈다. "이것은 사슴벌레야" 자랑하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하나하나 말했다. 

색칠 놀이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옆에는 전통놀이가 한창이었다. 최근 수달에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서 인지 몰라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수달 그림 도안을 보고 "수달이다"라고 반가워했다. 색연필을 들고 거침없이 색을 채워가는 아들. 몇 가지 곤충 도안에 색칠하면서 퀴즈를 좋아하는 아들과 곤충 이름 맞추기도 했다.  

전주천에는 늦반딧불이 서식지를 복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생태관에서도 반딧불이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체험 장소가 있었다. 암흑같이 깜깜한 곳에서 반딧불이의 작은 불빛이 세어 나오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밤하늘에 수놓은 별을 보는듯했다. "우와! 우와!" 연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반딧불이를 쉽게 볼 수 없기에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들의 흰 도화지 같은 무의식에 차곡차곡 좋은 경험과 추억들이 쌓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지금은 겨울이니. 온천여행이나 가볼까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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