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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27. 2019

이사하고 다시 찾은 여유

직장은 집이랑 가까울수록 행복하다

학교든 직장이든 집과 가까우면 최고다.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종종 고등학교를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묻는 학생들에게 한치의 고민 없이 집이랑 가까운 곳이면 최고야라고 말해주었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집과 직장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우면 여성 근로자의 출산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것처럼 집과 직장의 거리는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집을 고르는 팁에서도 직장과의 거리는 빠지지 않는다. 직장과의 거리는 내 집 마련의 중요한 기준이 된 지 오래다. 사실 살던 집이 재건축으로 인해 이사해야 했다. 떠밀리듯 가야 했지만 나 역시 가장 우선으로 고려한 것은 직장과의 거리였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효과도 볼 수 있어서다.  


사실 예전에 살던 집도 직장과의 거리가 적당했다. 아침 출근길에 시내를 거쳐 30분 정도 걸렸다. 서울,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러시아워에 비하면 엄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없었을까. 이유는 다른데 있다. 돌이켜보면 아들 어린이집에 등 하원을 시키면서 마음의 여유를 점점 잃었던 것 같다.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 부랴부랴 어린이집에 보내진 첫째. 어린이집을 고를 때도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기에 살고 있는 집 근처로 보낼 수없었다. 이미 직장 근처로 이사를 계획을 했었고 출퇴근 길에 데려다주면 생각했다.  


서두르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늦장 부리는 아들이 미웠다. 아침마다 벌어지는 아들과의 힘겨루기는 점점 마음의 여유를 좀먹었다. 순간 일어나는 화는 감정을 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 네 살이 늦장 부리고 응석 부리는 것이 당연한 것을 알면서도 통제되지 않거나 나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을 때 불같이 화를 냈다. 부모의 감정 조절이 왜 중요한지를 이번 일로 새삼 깨닫는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미안하다.  


새집으로 이사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사를 오고 되찾은 여유. 출퇴근 길이 즐겁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아침에 아이와 감정 소모할 필요가 없다. 밥 먹자, 양치하자, 옷 입자 이런 말을 하며 재촉할 필요가 없다. 출근 시간에 맞춰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제는 어린이집 차를 태우기까지 모든 준비를 오롯이 아내의 몫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예전보다 평화롭다.


아들도 행복해졌다. 빨리빨리 서두르라고 재촉받으면서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유 없이 날 선 감정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아들은 얼마나 불편하고 속상했을까. 나라면 억울했을 것 같다. 어쩌면 아이 스스로 해보는 경험의 기회를 뺏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해볼게! 내가 할 거야!" 말하던 아들에게 기다려주지 못했던 지난 일들이 생각나 미안하기만 하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서일까 평정심을 되찾고 아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이제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이제라도 돌아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는 퇴근할 때도 급하지 않다. 퇴근이 늦어지면 그때마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하염없이 기다릴 아들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1년 동안 차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용하기만 하다.


어쨌든 아들도 나도 집이 가까워진 덕에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고 행복해졌다. 바쁜 일상의 쳇바퀴 속에 느긋한 마음을 갖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행복은 나를 돌아볼 여유가 있을 때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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