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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26. 2019

선글라스 끼고 차 타고 온 산타할아버지

메리 크리스마스

"거리마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웃으며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아이들도 노인들도 은종을 만들어 거리마다 크게 울리네 실버벨 실버벨 종소리 들려오네." 캐럴에 맞춰 핸드벨을 흔들던 고등부 때가 생각난다.

그래도 크리스마슨데 분위기는 내야지

크리스마스 하면 분위기를 띄우는 신나는 캐럴, 펑펑 내리는 함박눈, 축제 분위기인 크리스마스 전야제,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집집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 여념이 없었다. 어릴 적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을 선물을 생각하며 트리에 양말을 걸었다. 물론 매번 기대에 충족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흰 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크리스마스트리를 휘감은 전구 빛은 어린 마음을 채웠다.


네 식구가 처음으로 맞이한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특별한 듯 평범하게 보낸 크리스마스. 올해는 이상하게도 크리스마스의 들뜬 기분이 들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지 않는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즐길 여유가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매섭지 않은 날씨도 한몫 거들었다. 함박눈은커녕 눈발조차 흩날리지도 않았다. 여전히 첫눈이 언제 내릴지 궁금하다. 크리스마스라고 하기엔 너무나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아들 역시 펑펑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아들이 본 그림책은 눈썰매를 타고 오는 산타할아버지이기에.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자 콧노래로 흥얼거리던 아들.  

가운데 떡하니 주인공마냥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 안 타고 차 타고 왔대!" 네 살, 아직 순수함이 매력인 아이의 입에서 동심이 파괴된 순간이다. 어린이집에서 산타 할아버지 분장을 하고 선물 주는 행사에 참여한 아들의 대답에 아내와 나는 배꼽 잡고 웃었다.


산타 할아버지를 손꼽아 기다렸던 아들.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찬한 앤지 나쁜 앤지." 공공연하게 착한 일 하지 않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실 거야 협박 아닌 협박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크리스마스의 의미보다는 크리스마스는 선물 받는 날이라고 인식시켰는지 모른다.


2019년에 태어난 둘째.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기분이다. 첫째와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때 세례식을 받았다. 그래서 뭔가 특별한 기분이랄까. 어쨌든 오전 예배를 드리고 세례식에 참여했다. 올해는 오후 예배까지 드렸다. 각 기관별로 준비한 장기자랑에 참여하고 하루를 마쳤다.


2019년 크리스마스 하이라이트는 첫째의 유치부 공연이었다. 급조로 올라간 무대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 "율동을 배우지 않았으니 모르겠으면 제자리에서 뛰라"라고 한 전도사님의 말을 올곧게 지켰다. 하얗게 불태운 아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사실 유치부도 아니어서 낯을 가리기에 충분했지만 아들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마지막으로 2019년이 마무리되었다. 2019년을 돌이켜보면 선물 같았던 한 해였다. 둘째가 태어났고 이제는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첫째는 건강하게 크고 있다. 재건축으로 떠밀리듯 이사 가야 했지만 딱 맞는 집으로 이사 오게 됐고 첫인사 이동으로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근무하게 되어 적응하기 바빴지만 어느새 내가 있을 자리를 찾았다. 이 모든 순간을 함께한 아내가 있어 감사하다. 축복이었던 한 해, 2020년은 산타할아버지가 또 어떤 선물을 주실지... 2020년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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