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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02. 2020

미아방지 교육, 엄마 전화번호가 뭐예요?

공일공~팔팔칠이~


드디어 아들이 아내의 전화번호를 외웠다. 그 후로 유호야 엄마 핸드폰 번호가 뭔지 알아? 물으면 아들은 항상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010-88**-**** 아내의 전화번호를 말한다. 자신 있듯 힘이 실린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신기한 눈으로 아들을 쳐다봤다. 사실 처음부터 아내의 핸드폰 번호를 외우게 할 생각은 없었다.

네 살이 되고 나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시기를 맞이했을 뿐이다. 아들과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혹여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다. 언제까지 아들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닐 수 없었기에. 아이가 클수록 아내와 나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을 지켜본 뒤로 아들이 엄마 핸드폰 번호는 외우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알려줬던 것 같다. 사실 쇼핑몰에서 찰나의 순간 아들이 시아에서 벗어났었던 한 번의 경험이 아내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결정적인 이유다.(아내는 이전부터 아들에게 미아방지 교육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엄지 척)

  

돌이켜보면 대단한 방법은 없었다. 단지 생각보다 빨리 습득하는 놀라운 아이가 있었을 뿐. 놀이하듯 알려줬다. 유호야 엄마 핸드폰 번호가 뭔지 알아? 호기심 갖도록 물어봤다. 사실 아들이 네 살이 되고 난 후로 핸드폰에 관심이 많아졌다. 종종 마트에 가면 핸드폰 사고 싶다고 말할 때가 있었다. 핸드폰에 관심을 보이는 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엄마 전화번호가 뭐야?

유호야 아빠가 알려주는 번호를 핸드폰에 누르면 언제 어디서든 엄마랑 통화할 수 있어. 관심을 보이는 아들에게 뽀로로 전화기 장난감을 들이댔다. 번호 하나하나 누르면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역할극 하며 계속 반복해서 알려줬다. 만약에 엄마, 아빠랑 소풍 갔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못 찾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해, 엄마 번호 알려주면서 전화해달라고 말하면 돼! 설명을 붙였다. 며칠을 반복해서 알려줬는지 몰라도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며칠 전에 내 핸드폰 번호도 알려줬다. 아내의 번호를 외우는 것에 성공했을 때 칭찬한 것이 자극이 됐는지 몰라도 "아빠 전화번호는 뭐야?" 아들이 먼저 물어봤다. 아빠 전화번호는 010-79**-****야. 놀라운 것은 아내 전화번호처럼 반복해서 알려주지 않았는데 벌써 외웠다. 한두 번 지나가는 말로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기억하고 외웠나 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대하고 생각하는 그 이상을 해낸다. 물론 과도한 기대는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리면 그 이상을 해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아이는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육아에는 지름길이 없는 것 같다. 단지 믿고 기다리는 기본을 지켰을 때 그 이상을 해내는 것 같다. 


아들아! 아빠도 모르게 서두르고 재촉했던 것 같아. 너만의 속도가 가장 중요한데 말이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빨리빨리 다그치는 말투를 고치고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할게. 2020년 다섯 살이 된 것을 축해해. 새해에도 건강했으면 좋겠구나. 사랑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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