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만에 본 지리산 천왕봉 일출2020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점점 빠르게 느껴지듯 내 안의 기대감, 가슴 뜀도 빠르게 무뎌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는 뭔지 모르게 가슴 뛰게 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아내와 새 다이어리, 달력에 신년 계획들을 채웠을 때만 해도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거라 기대했다. 나이 들어서 일까. 열정이 사그라들었을까. 꿈을 잃었는지 몰라도 이제는 새해 일출을 보며 다짐하는 숱한 계획들이 부질없음을 느낀다.
"오빠 많이 변했다." 아내의 말이 곧 증거다. 연애 때만 해도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줄줄이 선 차로 옴짝달싹하지 못해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곧 밝을 아침, 뜰 해를 볼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있었다. "매일 뜨는 해를 굳이 멀리 가서 볼 필요가 있나." 완전히 변한 나의 생각, 태도를 보고 아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직 새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았다. 2020년을 어떻게 보낼지 구체적으로 계획한 바 없다. 쳇바퀴에 돌듯 반복되는, 정신없이 보내는 바쁜 일상으로 아직도 2019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지 못했다. 2020년도 다름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획 세우기가 망설여진다. 왜 열정, 꿈꾸기를 멈췄을까. 수차례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마무리 짓지 못한 계획들이 남아서는 아닐까. 아직 시도조차 하지 못한 계획들이 있어서 일지도.
내 삶에 변화를 위한 대가 지불은 어디에도 없었다. 현재 상태 유지,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굳이"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변화보다 자기만족에 빠졌으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신감과 부단함을 좀먹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포기할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지 못했다.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합리화하면서 이루지 못하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고 있었다.
지금 당장 시작해라.
[시작의 기술],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베스트 셀프]에서 말한다. 일단 시작하라, 완벽한 준비는 없다. 우선 첫걸음을 떼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니, 지금 그 발걸음에 집중하라고 한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나하나를 이루라고 조언한다. 지난 과거의 상처, 실수, 실패 경험이나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라고 말이다.
나에게는 미루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 남들보다 일처리가 느긋하다. 한껏 여유 부린다(나만 천하태평, 어떤 자료나 결과를 요구하는 상관은 속 터졌을 터). 다른 말로 데드라인 가까이 미루다 결국 산더미로 쌓인 일들을 처리하기 바쁘다. "나중에", "언젠가" 입버릇처럼 말했다. 돌이켜보면 일 처리에 늦장을 부리다 실수한 경우도 상당했다. "몰입하면 오히려 효율적이다." 성장을 방해하는 습관을 긍정적으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태도는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당신에게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계획이 있습니까?" 다짐과 행동은 다르다는 말처럼 숱한 다짐으로만 끝나버린 지난 계획들을 돌아봐야겠다. 할 수 있을까 머뭇거리기 전에 일단 행동하면서 성장해야겠다. 인생의 방향은 결코 어떤 목표를 이루는, 달성 여부만으로 찾는 것은 아니기에. 어쨌든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