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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25. 2018

낙엽, 가을 끝자락에 머문 시선

아침 출근길 드리운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출근길, 아침 햇살이 눈부셨다. 따뜻한 눈부심이었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던 공원이지만 나무 사이사이 기지개 켜는 가을 햇살이 나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잠시 머문 시선은 다채로운 색을 한껏 뽐내다 우수수 지고 있는 가을 끝자락이었다. 빠르게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가을 잎이 단연 돋보인다.

서리가 아직 잎에 몽글몽글 맺혀있었고 아침 햇살이 노란 잎을 투명하게 비친다. 신비로움을 더하는 아침 풍경이었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 조금이라도 사부작사부작거려도 고요함을 넘어 적막하기까지 한 공원에 낙엽 밟는 소리가 퍼진다. 바스락바스락 부서지는 낙엽소리를 한참 듣다가 다시 출근길로 나섰다.

그래서일까. 나뭇가지가 앙상해지기 전에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퇴근 후 바로 아들과 아내와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아빠의 퇴근 육아의 시작이다.

낙엽도 보여주고,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깡총깡총 뛰어보기도 했다. 아들은 낙엽 밟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신나 했다. 알록달록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잎을 모아보고 던져봤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낙엽 사이 들춰가며 떨어진 열매도 주었다.


나: 가을이 되면 나무에서 잎이 떨어져, 떨어진 잎을 낙엽이라고 해.
아들: 아! 그렇구나.

순간 스치는 바람에 잎이 흩날린다. 찰나 떨어지는 잎을 보고 아들은 신기해했다. "아빠, 아빠 우와!" 이런다.

"가을이 되면 이렇게 떨어진대" 이미 아이의 시선은 우수수 떨어지는 잎을 보는데 정신이 팔렸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탔다. 한참을 놀고 있으니 금세 어둑어둑 해진다. 해가 더 짧아졌나 보다. 서둘러서 집으로 갔다.


주어 온 낙엽, 이름 모를 열매와 잎에 붙어있던 매미 번데기로 미술 놀이를 했다.


아빠: 이게 뭐야?  
아들: 음...(아들의 특유의 행동, 질문을 하면 생각할 때 하는 소리다.)
아빠: 매미 번데기야!
아들: 아! 그렇구나.
아빠: 애벌레가 땅속에 살다가 여름이 되면 나무로 올라와 잎에 붙어 껍데기를 뚫고 나오면 매미가 돼.
아들: 만져볼까?(만지기 무서웠던지 망설이는 아들.)
아빠: 이건 매미 번데기라 괜찮아. 만져봐도 돼!
아들: 이제야 만져보고 미소 짓는다.

원래 나의 생각은 내가 나무를 그리면 아들이 색을 칠하길 바랐다. 너무 큰 기대였나. 3살 아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과제였나 보다. 나 혼자만 열심히 그리고 색칠했다. 다 그린 뒤 낙엽을 이리저리 옮기며 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휴! 오늘 생각했던 놀이는 다 했다. 아들아 가을을 느꼈니?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어른으로 커주면 좋겠구나.


2018.10.24. / 가을 햇살이 좋은 어느 날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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