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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28. 2018

주말여행은 외할아버지 댁에서

장인어른, 마늘 작업하러 왔어요.

고산 외할아버지 뵈러 가기 전 집 앞에 있는 울긋불긋하게 오른 단풍나무를 보았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잎들은 우수수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있다. 단풍 씨 하나 떼서 유호 손에 올려 봤다.


아빠: 유호야! 두두두두 헬리콥터야 헬리콥터야


단풍 씨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하늘 높이 던졌다.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단풍 씨가 신기했던지 다시 해달라는 유호. 또. 또. 또. 그렇게 10분을 집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고산에 도착. 오늘은 마늘을 심는대 유호야. 마늘을 땅에 심으면 싹이 나고 쑥쑥 자라면 마늘이 된대.

오늘 작업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구멍 난 비닐에 마늘 하나를 쏙 넣으면 다시 자라요.

아빠: 유호야 저건 뭘까?
유호: 음...(생각한다.)
아빠: 배추야, 유호 김치 좋아하지? 배추에 고춧가루 양념을 버무리면 김치가 된대.
유호: 아~ 그렇구나!
아빠: 배추김치라고 해.
유호: 아~

배추가 잘 자랐다. 이제 김장철이라니. 벌써 겨울이 됐구나 싶다. 유독 부는 찬바람에 겨울이 코앞에 왔음을 느낀 하루다.

시골길에 혼자 서있는 나무 한그루. 쓸쓸하게 길을 지키고 있다.

유호는 중장비를 좋아한다. 길을 가다가도 트럭이 보이면 손으로 내 얼굴을 트럭이 있는 쪽으로 휙 하고 돌린다. 어찌나 힘이 세던지 나의 고개는 유호 손에 이끌리어 결국 보게 된다.

유호: 아빠~ 아빠~ 트럭. 트럭이야.
유호: 트럭에 무거운 짐 있어. 철근도 모래도 있어.


이렇게 트럭이 보이면 짐이 실려있는지 확인하고서 태워다라고 한다.

유호가 하는 말. 시골에 경운기 있어. 달달달 하며 입으로 소리 내며 양손을 마치 운전하듯이 폼을 잡고 흉내를 낸다. 모습은 정말 흔들리는 경운기에 올라탄 모습이다. 오늘 이 흉내로 장모님과 장인어른께서 엄청 웃으셨다. 유호야~ 너 개그맨 해볼 생각 없니? 아빠가 팍팍 밀어 줄게.

마늘 작업하던 곳 옆에 말라가던 고추가 있었다.

아빠: 유호야! 이게 고추야. 초록색 고추가 익으면 이렇게 빨갛게 된대 한번 따 볼래?

날은 점점 저물고 세찬 바람이 살을 파고든다. 마늘은 얼추 끝냈다. 이제 양파 모종을 옮겨야 한다. 날이 저물기 전에 마쳐야는데 양이 어마어마하네.

주말이 어둑어둑 저문다. 세찬 바람으로 구름은 빨리 이동하고 기온은 뚝 떨어진다. 오늘은 겨울 같다. 결국 비가 쏟아져서 양파 작업은 급하게 마무리했다. 아이는 시골에서 커야 하나보다. 어느 때보다 신나 했고 재밌게 놀았다. 오늘도 알차게 보낸 주말여행 유호야 오늘은 아빠가 일하느라 못 놀아줬는데 다음엔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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