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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Feb 10. 2020

아빠의 로망, 아들과 첫 영화관 가기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상어 가족을 시작으로 아들은 뽀로로, 중장비, 헬로카봇, 슈퍼윙스를 지나, 최근 미니 특공대에 빠져있다. 중장비, 공룡, 로봇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다. 마트에 가면 아들은 일일이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캐릭터 이름을 알려주기 바쁘다. '이것은 볼트야!' '저것은 옥토넛이야!' 알려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마 어린이집 반 친구들이 모두 남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점점 더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몇 주전, 우연히 [극장미니 특공대 공룡왕 디노] 영화 예고편을 보게 됐다. '아들과 영화관. 도전해볼까?' 아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어느 날, 들에게 '유호야 영화관 가서 미니 특공대 보자!' 말했고 아들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싸!' 신난 표정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 뒤로 아들은 영화가 기대됐는지 개봉 2주 전부터 매일매일 언제 보러 가냐고 물어봤다. 20일, 10일, 3일, 디데이를 계산하는 아들은 매일 밤 설렜다.

얼마 만에 본 영화인지.(그땐 사람이 해줬는데) 예매할 때부터 버벅거렸다. 예매하려고 기계를 한참 들여다봤지만 결국 실수하고 말았다. 성인과 청소년밖에 없는 대상, 아들 티켓부터 막혔다. 속으로 다섯 살은 청소년이 아닌데 의아해하면서도 별다른 의심 없이 결제했다.(아빠의 귀차니즘) 나중에 그 사실을 안 아내는 혀끝을 차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한심하단 아내의 표정이... 그래도 재밌게 본 아들에 아깝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아내가 이 글을 보면 속 터지겠지만)

언제 들어가?


아들은 빨리 들어가고 싶어 했다. 20분 전부터 언제 들어가냐며 재촉했다. '10분 전에 들어갈 수 있어! 다른 형들도 기다리지? 시간이 돼야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앞에서 기다려보자' 달래고 달래 겨우 진정시켰다. 기대에 한껏 부픈 아들은 좀처럼 한자리에 오래 앉지 못했다.


tip: 들어가기 5분 전에 꼭 화장실에 들르세요. 볼일 보는 것 때문에 들락거릴 수 있습니다.

 

'왜! 바로 안 해?' 시작 전 광고도 아들에게는 고문이었다. 원치 않은 광고 5초도 스킵하기 바쁜데 아들은 오죽하겠는가. 지루하지 않게 말로 때웠다. 기다리는 10분 동안 팝콘 먹으며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댔다. 영화관 예절도 빼먹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하면 한자리에 앉아서 보는 거라고 알려줬다. 다행히 아들의 다리가 앞자리 등받이에 닿지 않았고 그다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잘 봐야 할 텐데!' 걱정과 함께 영화는 시작됐다.  


영화관이 점점 깜깜해지고 스크린이 작아졌다. '우와 저기 봐!' 분위기 띄우려고 아들에게 호들갑 떨었다.


영화 보는 내내 흐트러지지 않는 아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몰입은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아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자기 자리에 앉아 영화에만 집중했다. 걱정과 다르게 잘 보는 아들이 얼마나 대견스럽고 고맙던지. 팝콘을 먹으며 영화에 집중하는 아들만 본 것 같다.    


월요일이 되면 어린이집에서 하는 활동이 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친구들 앞에서 발표시킨다. 녹음을 하는지 몰라도 키즈노트에 올라오는 내용은 시간대별로 정확하다. 은근 월요일(오늘)을 기대하는 고슴도치 파파. 아들에게 '유호야! 주말에 했던 일 중에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일부러 몇 번을 물어봤다. 과연 아들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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