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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r 05. 2020

돈 밝히는 아이와 돈에 밝은 아이의 한 끗 차이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리뷰

초등 6년, 돈 공부가 아이의 평생을 결정한다.


정말 돈 공부가 아이의 평생을 결정해? 책을 받자마자 의심부터 들었다. 돈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알겠으나, 아이들에게 일찍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치 인생의 전부가 돈인 것 마냥 말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컸던 것 같다. 머리말 읽는 내내 굳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돈을 밝히는 아이와 돈에 밝은 아이를 구분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의 거부감은 평소 아이들이 돈을 천천히 알았으면 바람에서 비롯됐다. 아이가 돈. 돈. 돈. 거리는, 돈을 알고 요구하는 것이 저급하고 눈꼴사납다고 생각한 것 같다. 가끔 돈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보면 사실 그렇다.


저자는 돈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사상 최연소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영업 실적 1위를 달성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부모로부터 받은 '돈에 강해지는 교육'에서 찾았다. 놀랍게도 저자의 부모님은 용돈을 그냥 준 적이 없었다. 잔디 깎기, 설거지, 방청소 등 집안일을 하면 노동의 대가로 줬다. 일상생활에서 돈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해 주었던 부모님의 덕이 컸다. 


#왜 돈에 강한 아이로 키워야 하나?


돈에 밝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돈을 직접적으로 배워서 돈에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자녀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갭과 골드만삭스의 창업자는 놀랍게도 모두 유대인이었다. 소수 민족인 유대인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그들만의 경제 교육이라고 한다. 아무 조건 없이 돈 주는 법이 없는 유대인의 돈 교육과 토론식의 하브루타는 저자의 부모님이 했던 교육 방법과 많이 닮아 있었다.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에 강해지기 위해서는 돈을 효율적으로 잘 운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본문 중 -


돌이켜보면 나의 경계 관념은 꽝이었다. "아이 명의의 통장은 필수"라는 저자 말에 언제 처음으로 내 명의의 통장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대학생이었지 싶은데... 솔직히 지금도 돈에 대해 잘 모른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법을 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사실 주머니에 돈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쓰기 바빴다. 학창 시절 늘 한 달 용돈이 부족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부끄럽게도 대학교 등록금 마련을 위해 남들처럼 애써본 적이 없다. 요즘 고3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국공립대학교 입학이라는데 나는 사립대학교에, 다른 학과에 비해 비싸기까지 한 기계공학과였다. 염치없는, 부모님 등골 휘게 만드는 캥거루족에 불과했다. 매 학기 때마다 당연하게, 부모님이 현금 인출기 마냥 등록금 고지서를 내밀었다. 돈의 소중함도 노동의 가치도 몰랐다.


#어떻게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나


이 책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과 4차 혁명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법으로 나뉜다. 저자는 경제 사고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공지능 시대에 돈에 밝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계까지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문명의 발달 주는 이로움은 많지만 수록 더 급변해지는 시대 속에서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갈게 분명하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미래를 준비시켜주는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저자가 제시한 "똑똑한 엄마를 위한 꿀팁" 꼭! 확인하세요.


아이들은 부모를 '현금인출기'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뭐든지 사 주다 보면 부모가 일해서 번 돈으로 자신을 돌봐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리고 돈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돈에 집착만 하는 불행한 미래를 맞이하게 됩니다.

-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똑똑한 엄마를 위한 꿀팁 중에 -


#적용하기

절대 용돈을 줘서는 안 된다.  


이 책의 핵심 한 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돈 공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저자의 말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봤다. 둘째는 아직 갓 돌 지난 아이라 패스. 첫째는 다섯 살이라 시도해볼 만했다. 저자가 꿀팁으로 소개한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지금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몇 개를 골라봤다.


1. 아이 명의로 된 통장 개설하기

아내의 놀라운 선견지명. 아내는 이미 아이 통장을 만들어 아이가 받은 용돈과 매달 나오는 아동수당을 저금하고 있었다. 저자는 언제든 스스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종이 통장'을 만들어주라고 권한다. 역시 아이든 어른이든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가 보다. 어쨌든 CMA 통장이나 주식 통장 만들기, 펀드 상품 운용해보기는 초등학교 초등학교 6학년 이상 돼야 가능할 것 같고, 일단 아이 통장에 홈 아르바이트 비용 만들어 저금하기로 했다.


2. 홈 아르바이트로 용돈 주기

책 P18.

사실 홈 아르바이트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그냥 주는 용돈은 돈의 소중함과 노동의 가치를 알 수가 없다. 돌이켜보니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은 화수분처럼 여기고 아낌없이 썼던 것 같다. 알바로 힘들게 번 아르바이트비는 애지중지하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아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가격을 매겨봤다. 예를 들어 양치질에 얼마, 가지고 논 장난감 정리하면 얼마, 밥 먹고 식판 정리하기면 얼마. 하지만 보상의 민낯에 망설여졌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할 때마다 보상한다면 자칫 "~하면 ~용돈 줄게!" 조건을 내세우는 것 같고 대가만 바라는 아이로 크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마땅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보상이 없으면 노력하지도, 행동하지도 않게 되며 무리한 요구만 할 테니 말이다.(실제로 과자를 주면 수업에 들어간 다는 학생들의 협박을 자주 받는다.)

홈 아르바이트
빨래 개기 1,000원
욕조 청소 3,000원
청소기 돌리기 2,000원
(중략)
신문 가져오기 500원

-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똑똑한 엄마를 위한 꿀팁 중 -


다섯 살이 홈 아르바이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들이 당연히(사실 다섯 살 아이에게 당연한 일은 없지만) 해야 하는 일보다 굳이 안 해도 되지만 하면 이득인 일을 찾아봤다. 빨래 개기, 동생 이유식 주기, 쓰레기 버리기, 청소기 돌리기... (다섯 살이 할 수 있는 홈 아르바이트 가 있으면 팁 주세요.) 


너무 많아도 의욕만 떨어트린다. 한두 개 정도만 정해 큰 전지에 적어(아들이 아직 한글을 모르니 시각화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거실에 붙여봐야지. 적립금이 쌓이는 과정을 스티커로 보여주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칭찬 스티커처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사고 싶은 것, 사는 날"을 만들어 일정 스티커가 모일 때 아이와 함께 소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3. 사달라는 대로 사주지 않기

조르거나 보챈다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 - 프랑스 아이처럼 -


다섯 살이 된 요즘 가지고 싶고, 하고 싶것이 많아졌다. 마트 가기 무섭게 자꾸 뭐를 사달라고 요구한다. 미니 특공대 사고 싶다, 초콜릿 먹고 싶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사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다섯 살 된 아들의 요구는 더 능청스러워졌다. 반면에 다섯 살 같지 않게 절제도 잘한다. 어떨 때는 아이에게 너무 자제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아들의 무서운 자제력은 모두 아내 덕이다. 아내는 일찍이 아들에게 마트 장난감들을 제자리에 놓는 법을 가르쳤다. "이 친구들도 가족이 있어, 여기 두고 가자!"라고 말하고 기다려줬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들에게 "안녕, 또 올게!" 인사하자고 하면 거짓말처럼 보채다가도 들고 있던 장난감을 내려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가치 있는 물건과 아닌 물건을 구분하는 습관을 들이면, 꼭 필요한 물건만 사게 되어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들이는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사고는 이러한 사소한 경험을 통해 길러집니다. -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본문 중에 -


네 살부터는 방법을 바꿨다. 사달라는 아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물어봤다.(이 주제를 다룬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집에도 비슷한 게 있는데 또 사면 낭비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여러 개를 골라오면 둘 중에 하나만 고르도록 했다. 어쩌면 세 살부터 아들에게 기회비용을 가르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직접 선택하는 경험은 자제력을 키웠다. 다행히 아들과 마트 가는 일이 두렵지 않고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게 됐다.


2020년 한 해 동안 아들과 함께 세 가지는 실험 삼아해 봐야겠다. 특히 홈 아르바이트는 경제 교육뿐만 아니라 자립력도 길러주고 집안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성취감도 주기에 일석삼조의 양육법이라고 생각한다.(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선물로 주세요. 파이팅!)


이 책에 다양한 육아 꿀팁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경제 교육만 다루지 않는다.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 타인과 협동할 수 있는 마음 길러주기, 코딩을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 사실 스마트폰은 한 살 때부터 써도 괜찮다(가장 충돌됐던) 같은 여러 주제의 양육 방법을 다룬다. 결코 돈에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경제 교육만 시켜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p.s: 저 역시 돈 공부를 굳이...라는 생각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경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중에 크리에이터가 가장 인기입니다. 벌써 어른들보다 수입이 많은 어린 유튜버들도 있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의 경제 교육 패러다임은 쓸모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 교육법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살아갈 4차 혁명 시대를 준비하려는 부모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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