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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r 03. 2020

아이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는 통로

아들과 함께 부모님 집에 가고 있었다. 아들은 어둑어둑 깜깜해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궁금해진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봤고, 주변을 그윽하게 비추고 있는 반달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둥그렇게 되면 보름달이야!


아들의 표정에 확신으로 가득 찼다. 자신감이 넘쳤다.


며칠 전, 달에 사는 토끼가 보름달이 되면 떡방아를 찢는다는 내용의 그림책을 읽었다. 아마도 아들은 그 책에서 봤던 보름달이 떠올랐나 보다. 어쩜, 내가 한 말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 하는지,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를 붙들고 둥그렇게 되면 보름달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럼 저것은 무슨 달이게?" 아들에게 알려줄 겸 다시 물어봤다.


"음..." 침묵이 길어졌고,

"몰라!" 쿨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아들.

그런 아들 모습에 웃음이 났다.


"저것은 둥그런 달이 반절로 나눠져서 반달이라고 불러!"

나름 아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고 했는데... 아들 반응이 궁금했다.


"아~ 반달곰. 그 반달?"

"아~ 반달곰의 반달이구나!"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되새기는 아들.


내친김에 초승달도 알려줬다.


"그럼 손톱 모양일 때는 무슨 달이게?"


아들은 자꾸 물어보는 내게 "나는 보름달만 안다고요!" 하는 표정을 지었다. 더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더 물어봤다간... "아빤 왜 이렇게 말투가 많아"라는 말을 듣기 전에) 초승달이라고 알려줬다.


부모님 집으로 가는 길,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 아들과 함께 보고 싶어 "우와 멋지다!" 아들에게 운을 뗐다. "해가 질 무렵이면 온통 붉은 주황색이 돼, 아빠는 노을이 좋아!"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할 줄 아는 아이 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창밖을 보도록 유도했다.   


네 살 때와 또 다른 다섯 살. 아들이 다섯 살이 되고 나서 더 빠르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금세 붉게 물든 노을에 빠져 멋있다는 아들 반응에 놀랐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였다. 아들은 붙잡을 틈도 없이 자랐다. 콩나물시루에서 자라는 콩나물처럼.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매일매일 자라고 있었다.  


아이를 통해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아이와 함께라면 반달도 노을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자세히, 오래 보기 시작했다. 아이도, 아이를 통해 보는 모든 것들도. 숨 가쁘게 사느라 그냥 지나쳤던 모든 순간이 아름답게 변했다. 어쩌면 아이들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 모른다. 비로소 아이 시선에 머물면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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