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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25. 2018

존재만으로 고마워

넌 내 옆에 있는 사실만으로 충분해

  교육청 주관으로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재구조화 시범학교, 16개 학교 대상으로 학생 사례발표를 하게 되었다. 발표를 마치고 오늘 하루 동안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10대들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은 뭘까?
10대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은 뭘까?


의 날갯짓을 원하는 10대들...

학생들을 처음 만나면 초기면담으로 문장 완성검사를 하게 된다. 초면에 어렵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기본 욕구를 살필 수 있는 유용한 검사도구다. 문항은 30여 개로 구성되어있다. 검사방법은 간단하다. 제시된 미완성의 문장을 자유롭게 연상해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완성하는 검사다.


마지막 질문은 이렇다.

내가 만약 동물로 변할 수 있다면____이(가) 되고 싶다.
왜냐하면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많은 학생들은 새가 되고 싶어 한다. 새가 되고 싶은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 "자유롭잖아요.", "하늘을 날고 싶어요.", "지금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요."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구분되길 바라고 독립을 소원한다. 인간의 기본 욕구다. 10대가 되면 타인과의 경계가 유독 두드러진다.


  심리학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는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다. 자신과 타인, 세상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구분되길 바라면서도 소외되기는 죽기만큼 싫어하는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소속감과 독립심 사이에서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고 오락가락 불안해한다. 10대들은 이런 갈등을 극복하면서 성장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에게 "너는 ~하는 사람이 돼라.", "너는 ~해야 한다." 이러한 당위적인 삶을 요구, 강요하고 있.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아닌 타인과 세상의 이목,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아이들의 욕구를 압하는 모의 태도가 자녀와의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긴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스스로 해보는 경험의 기회를 뺏는 일이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의 태도를 점검해야 한다.


  자녀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난 이유 하나만으로 기뻤고 벅차 했다. 38주 동안 건강하게 자라준 것 만으로 감사했으며 태어날 때 힘찬 울음소리에 감동했다. 그뿐인가 엄마와 이어진 탯줄을 직접 자르며 가위에 전해지는 한 생명의 존재에 눈물을 훔쳤다. 존재가치 하나만으로 우리는 만족하고 감사했다.


  "~하면 성공한 사람이다.",  "너는 ~가 돼라."처럼 역할과 지위에 매몰되는 당위적인 삶을 강요하기보단 존재가치로 바라보고  부여해야 한다. 많은 10대들이 나다움을 잃고 있다. 나다움을 찾아 할 시기에 타인으로부터 부여된 삶만 따르고 있다. 그런 삶이 자기 인생의 목적이 되었다. 내가 없는 인생은 불행하고 우울하다. 우울한 10대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삶,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며 실수, 실패할지언정 스스로 해보는 경험은 자존감의 밑천이다. 아이들은 신뢰할 만한 어른을 원한다.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사랑해주는 어른을 통해 성장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는 어른들이 답할 차례인 것 같다. 행복한 아이들이 넘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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