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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21. 2018

12월의 꽃, 김장을 하다

이제 150포기는 아무렇지 않아요

  매년 12월이 되면 처가댁에 삼삼오오 모인다. 이날이 되면 김장 담그기 위해 분주하다. 아삭아삭  씹히는 김장 김치와 모락모락 금방 꺼낸 수육, 이때 함께 먹는 막걸리는 한해의 수고를 위로해준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양이 많이 줄었다. 결혼한 첫해는 300포기로 기억한다. 300포기도 그냥 300포기가 아니었다. 배추를 직접 씻고 절였다. 배추를 씻고 소금 간을 절이는 과정이 김장에서 가장 힘든 과정이다. 그것에 비하면 올해 150포기 절인 배추는 큰일도 아니었다.

3살이라곤 믿기지 않는 아들의 손놀림
아들: 아빠 아빠 이게 뭐야라고 묻는 아들.
아빠: 김치야 배추에다 양념을 버무리면 유호가 좋아하는 김치가 만들어져라고 말해 주었다.
아들: 아! 그렇구나.(뭔가를 설명해주면 항상 하는 대답) 유호도 해볼래라며 어디선가 가져온 일회용 장갑, 자기도 껴달라며 손에 끼는 시늉을 한다. 그렇게 아들은 생애 첫 김장을 했다.

  김장을 다 마치고 모두가 쉬는데 아버님께서는 아직도 분주하시다. 원래 시골 일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일을 마치면 다음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전 날 비가 많이 와서 집으로 오는 길이 많이 파였다. 흙을 옮겨서 움푹 파인 길을 메꿔야 했다. 열심히 삽질하고 있는데 아들이 쪼르르 달려온다. 아빠 나도 해볼래라며 내가 들고 있는 삽을 뺏길래 옆에 있던 작은 삽을 주었다. 이내 나를 따라 삽질을 하는 아들. 삽질하는 아들을 보며 놀랐다. 너 3살 아기 맞니?

  삽질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시는 장인어른. 아들은 눈치가 빠르다. 장인어른께 자기도 농사짓겠다며 말한다. 그런 아들을 보고 모두 크게 웃었다. 아들아 엄마가 농사를 반대하셔 너의 꿈을 응원할 수 없구나.(아빠는 엄마 말을 듣거든!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줘.) 아무튼 아들이랑 삽질 놀이하며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시골은 한창 마늘과 양파 심기에 바쁘다. 처음 농사짓는 땅이라고 약을 해야 한단다. 비닐 작업까지 마무리했었는데 덮은 비닐을 뒤집고 약을 뿌렸다. 다시 비닐을 덮는데 구멍에 싹을 맞추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에는 하루면 끝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해가 빨리 지는 탓에 결국 몇 도랑을 남기고 말았다.


  12월의 축제인 김장을 마쳤으니 곧 다가 올 설에 만나겠지. 한동안 김치 걱정 없겠다. 아들도 나도 누룽지에 김치 하나 올려 먹으면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워버리는, 아내에게는 최고의 남편과 아들이다. 여보 오늘 저녁에 누룽지에 김치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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