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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01. 2018

엄마의 외출

잠시 떨어진 무서움

  어제는 오랜만에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날이다. 아들과 내가 먹을 저녁까지 챙기고 부랴부랴 나갈 준비하는 아내. 눈치 빠른 아들은 평소와 다른 엄마의 모습에 외출한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나랑 놀다가도 옷을 챙기고 화장하는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엄마 어디 가냐고 묻는다.

  예감이 안 좋다. 왠지 모르게 아내가 나가면 아들이 보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 가냐며 계속 아내에게 질문하는 덕에 약속 시간보다 늦게 현관문을 나섰다. 현관문을 나서는 엄마를 보며 침착하고 쿨하게 인사를 한다. 그런 아들을 보며 오히려 불안했다. 그렇게 1시간을 책 읽고 블록 맞추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8시에 아들의 눈이 살짝 풀려서 평소 때면 8시 30분 정도에 자는 터라 재우기 위해 양치질도 했다. 아들을 재울 때 의식하는 것이 있다. 기도 해주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불을 끈 다음 아들의 두 손을 꼭 잡고 기도를 시작한다. 내용은 그때그때 다르다. 하루 일과를 다시 돌아보듯 모든 일에 "감사합니다."를 붙인다. 오늘은 아들이 또 해줘라고 해서 기도만 5번 정도 한 것 같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빠도 엄마도 할머니도 유호도 하루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건강하게 지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마트에도 갔습니다. 맛있는거 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멘. 뭐 이런 내용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아들의 입에서 기도 또 해줘라는 말이 나왔다. 신기함도 잠시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아들에게 엄마, 아빠의 존재 이유는 확실한가 보다. 낮에는 나를 찾고 밤이 되면 아내를 찾는다. 살가운 아들이지만 밤이 되면 냉정하기까지 하다. 엄마랑 함께 자야 편안하고 안정감이 드나 보다. 이렇게 분명한 태도는 신기하면서도 살짝 서운하기도 하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들은 엄마를 찾는다.

"엄마가 어디 갔을까?"라고 묻는 아들, 이 질문만 한 50번 물은 것 같다. 보채거나 떼쓰면서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의 말투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엄마가 어디 갔을까?" 이 말이 가슴 짠한 말인지 어제 처음 느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달래려고만 노력했던 것 같다. "엄마 오늘은 친구들 만난데 곧 오실 거야!"라고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어제 일에 대해 글을 쓰면서 나의 태도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어떤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함께 느끼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다음에 또 나에게 "엄마 어디 갔을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물어봐야겠다.

"엄마가 어디갔다고 생각해?"
"엄마가 유호 잘 때 없으면 마음이 어때?"

  아들아, 좀 더 너의 감정을 알아채고 공감하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아빠가 많이 서툴러서 실수를 할거야 이해해주렴. 아들아 너의 감정, 생각을 충분히 느껴볼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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