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Mar 23. 2020

이불속에 들어가는 아이 심리는 뭘까요?

퇴근 30분 전, 아내에게 걸려온 페이스톡. 통화음만 듣고 전화기 너머 집안 모습이 그려졌다. 아니나 다를까 푸석푸석한 얼굴에 머리가 산발인 아내. 어떤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두 아들과 고군분투했을 독박 육아의 모습이 상상 갔다. "나 힘들어, 언제 와?" 빨리 퇴근하라고 재촉하는 아내. 오늘도 칼퇴했다.

이불속이었다. 한쪽 팔로 들어 올린 분홍색 이불속에서 한창 놀고 있는 두 아들은 마냥 신났다. 두 아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아내 품속을 파고들었다. 반면 아내는 저리고 아파오는 팔에 어쩔 줄 몰라했다. 통화가 길어질수록 얼굴만 일그러졌다.


둘째 녀석이 이불속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유를 모르겠다. 물어볼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불속이 숨 막히고 캄캄해서 무서울 텐데, 둘째에게 이불속은 그냥 놀이였다. 이불만 덮고 있으면 그새 이불을 들추고 들어온다. 이불을 질질 끌고 와서 들어달라고 알아듣지 못하는 옹알이를 하는 둘째가 마냥 웃기다.


자꾸 이불속에 들어가는 아이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불속 느낌이 엄마 뱃속 같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을 해봤다. 위안받고 싶을 때 동굴로 들어가는 심리 같은 거. 비록 이불속이 캄캄하고 답답하지만 엄마 품속 같이 부드럽고 포근하기도 하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엄마 체온과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으니 이유가 그럴싸하지 않은가.


이유가 어찌 됐든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라 당분간 팔다리가 저려오는 고통쯤은 참고 견뎌야 할 것 같다. 이불속에서 별별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팔다리가 안 저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빨래 건조대에 이불을 텐트 모양으로 널어 볼까, 오늘도 알다가도 모르겠는 수수께끼 같은 아이의 심리를 풀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은 유재석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