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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Nov 02. 2018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관심으로 시작되는 사랑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오늘은 교육복지사와 지역사회 기관 실무자들과 회의하는 날이다. 회의 장소였던 어느 학교 교육복지실에 아이들이 쓴 손글씨가 눈에 들어왔.

  사회복지사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시다. 사회복지 관련 교육을 받을 때 강사가 이 시를 자주 인용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풀꽃 1.이지 않을까. 나도 풀꽃이 시리즈로 있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았던 것 같다.


  짧은 문장에 툭툭하고 가볍게 던진 몇 마디 같지만 단어 하나하나 살펴보면 쉬운 내용은 아니다. 사물, 사람 어쩌면 무엇이되었든간에 나와 관계 맺는 것들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시다.


  누군가와 관계 맺기.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일이 아닐까. 타인과의 관계 맺는 일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타인과 관계 맺고 공동체를 이루고 그 안에 소속되기를 바라는 욕구. 애정과 사랑, 인정받기를 희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갈망이다.


  그래서일까 타인과의 관계 맺는 일로 행복하기도 하지만 괴로움에 고통의 몸부림치는 사람도 주변에 많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아 스스로 외부와의 소통, 관계를 끊지만 결코 혼자 있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이 두 가지 마음의 충돌이 사람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간다.




1. 관심으로 관찰하라.

  매월 한 번은 선생님과 학생들과 등산을 한다. 인솔하는 선생님 중에 과학 선생님이 있다. 평소에 숲 해설에 관심이 있어 공부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산행 중에 무언가를 발견하면 걸음을 잠시 멈춰 풀, 꽃, 나무에 대해 설명해준다.


  산에 있는 식물은 거의 처음 듣는 이름이라 나도 학생들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산에는 야생화도 많아서 평소에 흔하게 볼 수 없다. 그래서 관심이 없다. 우리들에게는 수없이 핀 식물 중에 하나일 뿐이다. 산행하는 동안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선생님의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다르다. 관심이 생긴다. 비로소 관찰하기 때문이다. 왜 꽃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는지 듣게 되고 식물마다 다른 모양, 색의 특징을 관찰하면 태도가 달라진다.

  산행 중에 그 꽃을 다시 만나면 걷다가도 멈춘다. 관심이 생긴 순간이다. 다시 보게 되고 가물가물 떠오르는 꽃 이름을 다시 새긴다. 이처럼 사람과의 관계도 같지 않을까.


 2. 타인의 장점을 살펴라.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오래 보아야 애정이 생기고 사랑을 하게 된다. 오래 보아야 타인의 장점이 보인다. 결국 결점마저도 끌어안게 된다.


  사람의 생각 패턴은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의미 부여하는데 익숙하다. 본능적 사고이다. 사물, 경험뿐만 아니라 사람한테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약점, 부족한 점, 실수를 먼저 본다. 물론 이런 점도 관계 맺는데 필요하다. 무작정 닥치는 대로 사람을 사귈 수 없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안 좋듯 타인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인 태도는 오히려 관계 맺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건강한 관계는 오랫동안 천천히 타인을 살피는 일이다. 상대의 부족한 면을 캐고 지적하기보다는 장점을 찾는 일이다. 더 나아가  결점 또한 오래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3. 관계 맺는 일도 순서가 있다.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듯 관계 맺는 일도 순서가 있다. 먼저 해야 하는 일부터 하지 않으면 순서가 뒤엉켜 엉망진창 속도가 나지 않는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알면 이웃이, 색깔을 알면 친구가, 모양까지 알면 연인이 되는 것처럼 순서와 과정이 먼저다.


  관계 맺기는 순서와 과정을 쌓는 일이다. 욕심을 부려 한번에 상대를 바란다면 조급해지고 욕심이 생긴다. 집착하게 마련이다. 집착한 관계는 더 이상 주고받는 균형 잡힌 관계가 아니다. 앞으로 관계가 좋아질 일이 없다. 서툴러도 괜찮다. 느려도 괜찮다. 상대의 관계 맺기 속도를 맞추고 쌓는 과정을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상대의 발걸음 속도와 같아질 것이다.


 4. 관계 맺기는 결국 용기 내는 일이다.

  누군가와 관계 맺는 일은 서툴 수밖에 없다. 기질적으로 타고났어도 계속 다듬고 연습해야 한다.

  운동선수가 처음부터 잘하는가. 물론 타고난 재능으로 다른 사람보다 그 분야에 탁월함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소수다. 그런 선수들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누군가에게 뒤쳐진다.


  관계도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관계 맺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야 된다. 진심을 다해 상대에게 정직해야 한다. 상대와 관계 맺고 싶은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준비된다면 용기 내서 먼저 다가가라. 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모든 것을 상대에게 맞출 필요도 없다. 상대에게 거절당하거나 버림 당할까 봐 먼저 관계를 포기하는 일이 없이 계속 만남을 이어 가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나를 지킬 수 있다. 거절받는 일에 익숙해질 때쯤 꽃을 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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