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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pr 20. 2020

여보! 나 조퇴 냈어.

 

오늘은 아내의 생일날.


어제 아들과 아내의 생일을 준비했다.


"유호야! 내일, 엄마 생일이야."

"4월 3일이 엄마 생일이니까 기억해!"


아들에게 아내의 생일을 알려주면서 가족 생일을 알려줬다.

(곧 아빠 생일도 오거든)


"엄마 생일이니까 서프라이즈 이벤트 어때?"

하원 길 아들을 꼬드겼다.


집에 가는 길 빵집에 들렀다.

(31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원했으나 빵집에 가자는 아들에)


유호야! 무슨 케이크를 살까? 물어봤다.

이리저리 케이크를 보며 고민에 빠진 아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생크림 케이크 살까, 치즈 케이크 살까.

그제야 아들은 "치즈 케이크 사자." 단번에 골랐다.

빵집을 둘러보던 아들은

"아빠! 꽃 모양 이것도 살까?" 물어봤고

아들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붉은 장미꽃 모양의 초콜릿이었다.


은근슬쩍 자기 도 고르려는 아들의 속셈.

뻔했지만 모른척하고 샀다.

반찬을 더 놓을걸 너무 조촐한 생일상이네

동이 틀 무렵, 아직 아내와 아이들은 곤히 자고 있었다. 6시 30분이면 기상하는 두 아들, 깨기 전에 생일 상을 준비해야 했다. 메뉴는 바지락 미역국이었다. 미역을 물에 넣고 불리는 사이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았다. 어느 정도 볶아졌을 때 미역, 바지락을 넣고 다시 볶았다. 지글지글 미역이 반투명해질 때쯤 쌀뜨물을 넣고 팔팔 끊였더니 완성. 요리에 맞춰 두 아들이 기상했다. 휴! 다행이었다.

참 오랜만에 아내 독사진을 찍어본다

점심시간,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생일인데 방에 갇혀있는 기분이야!"

우울해서 어디라도 나가야겠다는 아내.


아내는 몇 달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밖에 나가지 못했다. 집안에서 둘째 독박 육아로 힘들어했다. 생일날 우울하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오후 조퇴를 냈다. 비록 반나절이었지만 봄을 느끼기에 충분한 데이트였다. 데이트하듯 사진도 찍고 유채꽃밭과 벚꽃 길을 걸었다.

야속하게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봄을 만끽할 세도 없이 어느새 첫째 하원 시간이었다. 그렇게 짧은 반나절 데이트는 끝나고 말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태 첫째 유치원으로 이동했다.


본격적인 아내 생일 파티는 저녁에. 치즈 케이크에 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장난기 많은 아들의 방정맞은 춤은 축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두 아들과 함께한 아내의 생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아내 생일 전날, 아들에게 "엄마가 태어나서, 유호가 태어난 거야! 매년 엄마 생일이 되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챙기자!" 다짐했다. 내년 아내의 생일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한 순간을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아이들에게 부모와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부모와 함께 한 순간순간의 시간과 그 당시 감정들이 모이고 쌓여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물론 아이가 클수록 점점 흐릿하게 남을 테지만. 훗날 아이들이 아내와 나를 따뜻했고, 사랑해준 엄마, 아빠였다고 떠올려준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다.


오늘 이 순간도 아이의 세포 하나하나에, 무의식 속 깊은 어딘가에 차곡차곡 새길 테니 순간순간 정성과 사랑을 아니할 수 없다. 오늘도 그렇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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