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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pr 10. 2020

조회수 랭킹 1위를 찍었습니다

이상한 집착이 생겼다. 글을 발행하고 틈만 나면 통계를 클릭한다. 이쯤 되면 병인가 싶다. 일을 하다가도 아이를 돌보다가도 생각나면 수시로 조회수를 확인한다. 누가 보면 스마트폰 중독자라고 딱 오해받기 좋은 모습이. 이미 나의 일상과 브런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 할수록 내가 쓴 글을 한 명이라도 더 봤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커다. 꾸준히 좋아요를 눌러주는 분들과 가끔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 글을 잘 보고 있다고 인사하는 지인들이 있어 병이 커진 것 같다. 어느새 타인을 의식하고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는도 모른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어 글의 완성도보다는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될 것 같은 제목 짓기에 몰두한다. 혹시 있을지 모를 다른 방법을 찾아 실험하기도 했다.


인기글이나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특정 시간대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간대를 다르게 글을 발행해 봤다. 오전 10시, 오후 2시, 4시. 어느 때는 자정에 발행하기도 했다. 새벽에 울리는 알림 소리가 싫다며 제발 새벽에 발행하지 말라는 어느 글을 보고 뜨끔하기도 했다. 실험 끝에 얻은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조회수와 상관없는 글이 뜬금없이 인기글에 떡하니 올라와있는 것을 보고 실험을 포기했다.


나의 관심사는 글 랭킹에 있었다. 언제쯤 글의 순위가 바뀔까 궁금했다. 몇 분 단위로 조회수가 돌파했다는 알림 문자를 받은 적은 있지만 랭킹 10위 안의 글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어! 이거 심상치 않다."가도 금세 조회수 상승세가 꺾이고 말았다.


나름 유입경로를 보고 이유를 알았다. 어느 글은 기타 조회수에서만 폭발적으로 오르고 SNS 조회수는 0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여전히 미스터리한 것은 조회수 6,7만이 되어도 브런치 인기글에 실시간으로 노출이 안된다는 점이다. 초당 올라가는 조회수와 다르게 브런치 인기글에는 노출되지 않았다. 고요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상위권 탈환 쉽지 않다.


어제 [아빠는 요리사]라는 글을 발행을 하고 마음이 들썩들썩했다. 습관대로 글을 발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계를 클릭해봤다. 순간 몇백 명의 조회수가 올라갔다. 오랜만에 메인 노출, 싫지만은 않았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아내가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고 했다.


"턱만 보고 지호인지 알았대!"


아내는 친구가 보내준 카톡 사진을 보여주며 신기해했다.

내가 쓴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된 것보다, 랭킹 1위를 탈환한 것보다 더 신기했다.

어떻게 아들 턱만 보고 지호인지 알지? 아무리 주걱턱의 조짐이 보여도 그렇지 눈썰미 엄지 척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고,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된다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첫 문장부터 막히기 일수였고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글이 작가의 서랍에 허다하다. 글쓰기가 이렇게 고통스럽고 외로운 작업인 줄 브런치를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최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글을 쓰면서 주변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사소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까지 기억하고 기록하게 됐다. 아이의 반응, 아이와 있었던 일, 부모로서 고쳐야 할 부분, 아이의 속마음, 감정, 생각의 조각난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는 느낌이랄까. 퍼즐은 그렇게 완성되고 있다.


구독자의 힘,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힘, 가끔 브런치가 추천해주는 글, 소통해주는 좋아요, 댓글. 이미 브런치 안에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글을 읽어주신 구독자님들 오늘도 행복한 저녁 되세요. 이제는 잿밥에 관심을 끊고 완성도가 높은 글을 위해 마음을 쏟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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