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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y 20. 2020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심리적 이유기란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립을 시도하는 시기를 말한다. 대개 사춘기라고 불리는 중학교 시기에 나타나는데 요즘 그 시기가 더 빨라졌다. 이때 아이의 감정 변화는 하루에도 수십 번 들쑥날쑥 거리며 끝없이 요동친다. 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 하려는 마음이 충돌하며 양가감정을 느낀다. 신체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과 달리 생각하는 힘이나 심리적으로 아직 미성숙하기에 아이들은 더 혼란스럽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인셈이다.


다섯 살 첫째는 감정이 섬세한 아이다. 네 살 때와 다르게 의사표현이 확실해졌다. 그때부터 아들과 미묘한 갈등 상황이 늘었다. 이때 아이의 행동에 초점 두기보다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숨은 그럴만한 이유를 살피는 것이 중요했다. 눈에 보이는 행동만을 보고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아이의 생떼는 심해지고 오히려 반항심만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반응에 따른 부모의 태도가 중요했다.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사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아들의 한마디가 가슴 한편에 아직도 남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첫째를 혼낸 것은 사실이다. 결국 아들은 자기감정에 못 이겨 안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둘째 사이에서 뭔 일이 벌어진 것인데, 상황을 안 따져보고 성급하게 첫째를 나무랐다. 첫째 입장에서 억울했던 모양이다. 첫째는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껴 방문을 닫는 것으로 감정을 터뜨렸다. 부모로부터 이해를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더 놀랐다. 


아들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낼 때 받아주지 못했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행동에 화가 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첫째를 더 살펴야 했다. 지금은 아들의 심리적 이유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한 행동에 반성한다.  


"내가 탈게." 


어느 날 주말 나들이로 순창에 갔다. 꽃잔디가 이쁘게 핀 공원에서 킥보드를 탔다. 차 트렁크에서 킥보드를 꺼내고 아들에게 "아빠랑 탈래?" 물어봤다. 아들은 혼자 타기를 원했다. 요즘  한 번에 OK 한 적이 없어서 튕기는 줄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에게 "아빠가 태워줄게!" 다시 물어봤다. 아들의 대답은 같았다. 자기가 타겠다며 발을 구르며 멀찌감치 슝 가버렸다.

킥보드 타는 형을 보고 따라 하고픈 14개월 둘째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 순간 불현듯 스치는 말 한마디.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는 말이 그날따라 유독 소스라치게 피부로 와 닿았다. 첫째의 뒷모습을 보고 부쩍 큰 자립심에 뿌듯하면서도 언젠가는 내 손을 떠나겠구나 못내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 아이만큼 나도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만큼 아이들도 성장했다

이제 하나둘씩 내려놓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도록 배려해야겠다.

무서워서 무릎 위에 타던 놀이기구도 이제는 혼자 타는구나.

때 아닌 빈 둥지 증후군을 경험했다. 언젠가 내 품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가 이다음에 커서 자기 일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일찍이 스스로 선택해보고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모란 아이의 자립심을 길러주고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과제를 무난히 마쳤으면 좋겠다.


빠르게 흘러간 세월만큼 어느새 커버린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울컥한다. 유치원 졸업할 때 아니 고등학교 졸업할 때 울려나. 군대 간다고 머리를 빡빡 밀고 내 앞에 나타나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아들아! 네가 할 수 있는 일의 시작과 완성은, 네 몫이야. 아빠는 단지 옆에서 응원하며 지켜만 볼게. 멋진 어른으로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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