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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y 20. 2020

청벚꽃으로 다시 봄을 피우다

숨죽여서 지켜보던 봄은 온데간데없이 지나갔다. 가끔 서늘한 봄바람은 불어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계절이 된 지 오래다. 아쉬운 마음에 작가 서랍에 방치돼있던, 한 달 전 주말 나들이에서 찍은 사진을 봤다.  지났지만 그날을 더듬어 다시 봄을 느껴본다.

가장 마지막에 남은 홀로 핀 수선화를 담다

4월 30일, 부처님 오신 날 가족들과 봄 나들이로 서산 개심사에 갔다. 본의 아니게 간 곳이 딱 그날 테마에 맞는 여행지였다. 날씨는 봄이 지나간. 따사로운 햇살 아래 인상이 찌푸려졌다. 사실 개심사 가기 전 서산 유기방 가옥에도 들렀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수선화는 지고 없었다. 꽃잎은 이미 뜨거운 햇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쉬운 마음에 꽃대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점심 도시락을 까먹고 서산 개심사로 향했다. 선분홍 색의 겹벚꽃이 가로수로 길게 줄지어 피어있었다. 겹벚꽃은 개심사로 향하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서산 개심사는 흰 동백, 왕벚꽃, 겹벚꽃, 청벚꽃으로 유명한 장소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인 유홍준 교수님이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려서 만든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극찬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휘어진 사찰 기둥을 보고 특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다.

하마터면 이 아름다운, 영롱한 청벚꽃을 못 볼뻔했다. 아들이 개심사로 오르는 계단을 보더니 안 가겠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설득과 회유를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는데 아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오빠라도 가보라고 했다. 아내를 두고 가려니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보다 궁금한 마음이 컸나 보다. 10kg 넘는 둘째를 안고 700m 산을 올랐다. 생전 처음 보는 청벚꽃의 빚깔에 넋을 놓고 말았다.  

한참 동안 둘째를 안고 청벚꽃을 사진 찍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유호랑 가고 있어." 유호가 한참을 기다리더니 자기도 가겠다고 했단다. 거봐! 오르길 잘했지? 아들이 가장 신났다. 아들이 개심사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인생 사진도 한컷 찍고.

내 마음에 청벚꽃이 떨어지더니. 다시 봄이 왔네요. 내년 청벚꽃이 궁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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