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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04. 2020

아들아, 많이 넘어져 봐야 걸을 수 있어!

보통 10~12개월에는 붙잡고 설 수 있다고 한다. 대게 걸음마는 15~16개월에서 한다는데, 아이가 16개월을 넘어도 걷지 못하면 발달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한다.


영유아 검진은 누구를 위한 검사일까. 몇 개월 전 둘째는 처음으로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 아내를 통해 아이의 발달 정도나 수준을 듣고 순간 믿지 못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다른 또래 아이보다 늦다는 말이 왜 이렇게 조바심 나던지. 그 후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더 많이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주고, 스킨십을 하고, 서둘러서 걸음마 연습을 시켰다.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는 조바심으로 걱정을 키웠다.   


둘째가 드디어 걸었다. 두 팔로 바닥을 짚고 한참을 기를 쓰더니 엉거주춤 일어났다.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둘째가 걸을 때마다 웃는다.


아들은 본능적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두 팔을 위로 벌려 균형을 잡았다. 마치 그 모습이 강시 같았다. 탈춤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몇 걸음 걷고 털썩 주저앉았다. 계속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둘째가 이제는 제법 걷는다. 여전히 아들의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부자연스럽지만 예전보다 걸음을 더 떼기 시작했다. 전에는 걷다가 힘들면 바로 기어갔지만 이제는 주저앉아도 다시 일어나서 걷기를 반복한다.


첫걸음 떼서 행복한 둘째

둘째 걸음마 덕에 아이마다 발달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과 아이는 믿는 만큼 큰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야단치거나 윽박질렀다면, 조바심 때문에 무리하게 걸음마를 시켰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자기 시기와 속도에 맞게 걷는 아들이 마냥 신기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실수도 경험"이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실패하고 잘못될 거란, 뻔히 보이는 결과를 아이가 직접 경험하도록 지켜보는 일이 때론 부모로서 무책임한 게 아닌가 의심 들었다. 목표 달성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치워주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 입장에서 끼어드는 것밖에 안된다. 실수도 실패도 아이가 경험하고 책임져야 할 몫이었다. 아이의 몫과 부모의 몫은 달랐다. 아들의 걸음마로 그간 육아를 돌아보게 됐다.


아들아! 이제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뗐구나. 여러 번 실수하고 실패해야 성공할 수 있다. 실패를 결과라고 여기지 말고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면 좋겠구나. 또 생각대로 생각만큼 성공하지 못한들 어떠랴. 걸음마 뗀 만큼 너에게 소중했던 시간이었고 하루였을 텐데. 아빠가 살아보니 꼭 목표를 이루는 것이 성공한 삶은 아니더라. 실패한 과정이라도 지켜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들아, 너의 다음 걸음을 응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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