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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08. 2020

아들이 다섯 살이 되니 이제 같이 여행 다닐 맛 나네요

매주 내와 함께 이들과 여행을 떠난다. 차로 1시간 30분 가는 것은 기본이 최근 가장 멀리 간 곳은 충남 서산이었다.


아이들과 전라북도 명소만큼은 거의 가보지 않았을까. 제는 전북권을 벗어고 있다. 모래 놀이하러 변산 해수욕장으로, 아들이 기차를 타고 싶다고 하면 레일바이크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곡성로 갔다.


두 아들은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한지 집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하다 못해 동네 놀이터라도 가야 한다. 특히 15개월인 둘째는 말과 신발을 가져와 신겨달라고 짜증 내면서 현관문 가리키며 나가자고 손가락질을 한다. 둘째는 참 놀다가 집에 들어는 데구하고 안 들어간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사실 몸으로 노는 두 아들과 집에서만 있기 힘들다. 집에 있으면 더 보챈다고 해야 할까, 하루 종일 옴짝달싹 못하게 안기고 놀아달라고 조른다. 로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라도 집 밖 어디라도 나가야 한다.


용담호 자연생태습지원은 어느 여행 작가가 추천한 장소였다. 여행 작가가 추천하는 여행지라 그런지 뭔지 모르게 끌렸다. 알고 보니 내비에도 검색이 되지 않는 장소였다. 겸사겸사 진안 마이산도 들렀다.  

숨은 명소가 맞는지 자연생태습지원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주소지로 도착해보니 대로변이었다. 내비에서는 분명 도착했다고 했는데 대로변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순간 당황했다. 내비 상의 지도를 자세히 봤더니 도착지가 대로변 옆, 도로 아래쪽에 있는 것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동네 주민의 도움으로 입구를 찾았다.

자연생태습지원으로 가기 위해 흔들 다리를 건너야 했다. 아들은 흔들리는 다리에도 자지러졌다.

아는 사람만 오는 걸까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한적한 산책 길이 좋았다. 화창한 날씨는 푸른 신록을 더욱 빛냈다. 그날따라 하늘까지 선명했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 가슴까지 뚫리는 맑고 청량한 나무 냄새가 좋았다.

아침에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고 빵과 방울토마토로 입가심을 했다.  


다음 코스인 진안 마이산으로 이동했다.

아들에게 마이산에 가면 신기한 돌탑이 있다고 설명해줬다. 돌탑? 되묻는 아들에게 어느 할아버지가 기도하면서 평생 동안 쌓은 돌탑이라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이산은 산 모양이 말 귀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설명 덧붙였다. 아들의 호기심을 제대로 건드렸는지 멀리서 보이는 마이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홍삼 찐빵 만들기와 오리배 타기는 계획에 없었다. 마이산 남부 주차장에서 매표소로 올라가는 길에 무료로 홍삼 찐빵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제품 개발을 위한 무료 체험이었다. 아내와 첫째 아들은 이미 만들어진 반죽과 팥으로 찐빵을 만들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귀신에 홀려 오리배를 탔다. 잔잔한 호수에 뻥튀기를 던지면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잔 물결이 생겼다. 팔뚝만 한 잉어가 뻐끔거리는데 그 모습을 보고 아들이 신났다. 4인에 만원, 그것도 한 시간을 탈 수 있으니 가격 대비 훌륭한 체험이었다.       

뻥튀기 주인아저씨의 후한 인심으로 충분한 요기가 됐다. 먹어보고 사라고 무려 8개나 뻥튀기를 그냥 줬다. 결국 사장님의 후한 인심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한 봉지 사고 말았다. 자색 고구마 뻥튀기 맛이 좋았다.

주차장에서 마이산 돌탑까지 꽤 걸어야 한다. 둘째는 유모차로 간다지만 솔직히 첫째가 걱정이었다. 걷다가 다리 아프다고 보채진 않을까, 그만 돌아가자고 하진 않을까 싶었다. 돌이켜보니 네 살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조금만 걸으면 다리 아프다고, 안아달라고 보챘었다.


이제야 아들과 여행 다닐 맛 난다. 몇 번의 위기는 있었지만 아들은 금세 잘 걸었다. 아들도 여행이 즐거웠는지 걷는 내내 웃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돌탑은 눈도장만 찍었지만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아들이 제법 컸다는 것을 느꼈다. 오전 오후 걷는 일정을 소화하다니. 두 아들과의 다음 여행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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