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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09. 2020

장미꽃의 계절

곡성 세계 장미 축제장에서.

지난 5월 토요일 아침, 아들에게 "어디 가고 싶어?" 물어봤다. 곰곰이 생각하는 아들은 기차를 타고 싶다고 했다. 아들의 말에 곡성 기차마을이 떠올랐고 마침 곡성 세계 장미축제 기간을 앞두고 있었다. 축제 기간에 가면 사람으로 붐빌게 뻔했다. 이른 감은 있었지만 곡성 세계 장미축제 장으로 떠났다.   

다행히 축제 전이라 사람은 붐비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은 것이 부담스러운 때라 오히려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장미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군데군데 핀 장미꽃이 빼꼼 고개를 내밀며 반겼다. 그 조차 좋았다.   

그날은 5월이었지만 한 여름 같은 날씨였다. 따가운 햇볕에 푹푹 찌는 날씨였다. 아들은 눈이 부셔 제대로 카메라를 보지 못했다. 복숭아 음료수가 아니었으면 아들은 여행을 그만뒀을 수도. 아들은 복숭아 음료수를 마시며 버텼다. 예전 같았으면 칭얼거렸을 텐데 이제는 제법 잘 따라다닌다.

화창한 초여름 날씨 덕에 꽃잎 색은 더욱 선명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장미꽃을 볼 수 있으랴. 세계 장미꽃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장미꽃 향기가 진하게 코끝을 스쳤다. 다양한 생김새와 색도 화려해서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꽃다발을 한 아름 받는 느낌이랄까.   

오늘의 인생 컷. 오랜만에 아내를 찍었다. 아내에게 로즈데이 때 선물하지 못한 장미꽃이라며 사랑꾼 멘트를 날렸다. 누구 말 따라 나는 삼천동 사랑꾼이기에. 결혼 전 데이트로 몇 번 왔었던 곳을 아이 셋을 데리고 오다니. 사진을 찍으며 문득 스치는 생각에 소름 돋았다. 그만큼 흘러간 세월을 돌아보게 됐다.

기차가 지나가길 바라는 아들의 뒷모습. 아들의 뒷모습을 찍으면서 훌쩍 큰 모습에 놀랐다. 청바지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아들이라고 쓰고 남자로 읽어야 할 때가 왔나 보다.  

마지막 코스로 축제장 안을 관람할 수 있는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싶어 하는 아들이 가장 좋아했다. 이번 여행의 최고의 만족도가 아닐까. 


나중에 증기기관차를 타보자고 아들과 약속을 하고 곡성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때는 기차 안에서 삶은 계란과 식혜를 먹어보자. 가을 여행으로 와야겠다. 이다음에 아들이 더 크면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 보러 가야지. 아니면 KTX보다 빠르다는 기차를 타던지.   

전주로 돌아가기 전 커피숍에 들렀다. 시간 상 두 아들이 낮잠 잘게 분명했다. 운전하면서 마실 커피를 샀다. 사실 이동 중 두 아들이 자는 시간이 아내와 내가 힐링하는 시간이다. 


큰 창으로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게 이뻐서 그냥 머물렀다. 두 아들과 함께 언제쯤 분위기를 느끼며 차 한잔 마실 수 있을까 싶지만 그 또한 빨리 올 것 같아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아내가 가끔 둘만의 데이트를 원했는데, 그 사소한 일 조차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오늘 전주 양묘장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했다. 두 아들을 데려가야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늘만큼은 아내만 찍어야지. 오늘도 햇살 비치는 테이블에 단둘이 앉아 차 마시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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