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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09. 2020

전북 투어패스 카드를 100% 활용한 육아 여행

작년 가을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에서 이벤트 당첨으로 전북 투어패스 카드 두장을 받았다. 그 사실 조차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아내는 카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쓰자고 했다.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것은 1일권 두장이었다. 알고 보니 1일권 카드는 최초 사용 후 24시간 내에 사용해야 했다. 24시간 동안 프리 패스라니 카드를 쓰는 재미가 솔솔 했다.

전북 투어패스 카드는 카드 한 장으로 전라북도의 주요 관광 시설을 제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북 14개의 시, 군 주요 관광시설과 80여 개의 유료시설인 시내버스 및 공영주차장, 맛집, 숙박, 체험 등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한옥마을권, 1일권, 2일권, 3일권의 종류가 있다. 
꽁무니에 반짝이는 불빛이 아니면 바퀴 벌레인 줄

그 주 금요일 저녁, 아들에게 전북 투어패스 안내 팸플릿을 보여주고 어디 가고 싶은지 물어봤다. 한참 동안 팸플릿에 소개된 관광지 사진을 보더니 무주 반디랜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들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아들이 가리킨 사진은 무주 곤충 박물관이었다. 아무래도 건물에 붙어있는 반딧불이 대형 조형물을 보고 결정한 것 같다. 잘못 보면 바퀴 벌레인 줄 알겠다.  

주차장 쪽 입구에 분수 시설이 있었다.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이 시원했는지 계속해서 데크를 왔다 갔다 하면서 물 사이를 통과했다. 벌써 무더운 것을 보니 곧 계곡으로 물놀이 가야겠다. 

무주 곤충 박물관 관람 입구 창문에 만들어진 조형물. 여러 종류의 곤충들이 옹기종기 있었다. 아들은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보면서 좋아했다. 아들은 네 살 무렵 벅스 봇이라는 곤충 로봇 만화를 보게 됐고 그때부터 곤충에 관심을 가졌다. 진짜 장수풍뎅이를 키우자는 아들, 나이가 예닐곱이 되면 집에서 곤충, 파충류를 키우지 않을까. 아내는 기겁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네. 

여행도 타이밍이다. 운 좋게 3D 상영관과 돔 영상실 상영 시간에 맞게 그 앞을 지나갔다. 작년 아들은 깜깜한 3D 영상관이 무섭다고 보는 도중에 나왔었는데 다섯 살 됐다고 처음부터 끝가지 관람했다. 반딧불이의 생애에 대한 내용이었다. 영상이 사실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했다. 지금까지 본 3D 영상관 중에 단연 최고였다. 아들도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영상에 신기해했다. 이제 아들과 공연도 함께 볼 맛 난다.

두 번째 돔 영상실에서는 바다, 생명에 관한 내용이었다. 생명은 물로부터 시작된다고 물과 생명을 소중하게 지키자는 내용이었다. 눈 앞에서 고래가 헤엄치는데 수족관에서 보는 듯 진짜 같았다. 

아내가 송종국 아내가 만들었다는 주먹밥을 야심 차게 준비했다. 동그랗게 만들 밥 속에 맛살이 들어있었다. 우엉도 함께 씹혀서 간이 맞았다. 도시락 메뉴로 일품이었다. 

프리 패스 카드가 있어서 안 가도 되는 천문과학관을 이때다 싶어 들렸다. 천문과학관 한줄평은 그냥... 그래도 아들과 우주복 입고 사진도 찍었다. 체험을 즐기는 아들 때문에 더 신났다. 

아들과 아폴로 11호에 타다. 빼꼼 얼굴만 내밀면 사진이 그럴싸했다. 아내가 소름 돋는다며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 봐도 진짜 같다.

오후에는 무주 태권도원에 갔다. 공연과 어우러진 격파 시범도 멋졌다. 아들이 옆에서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들 반응만 보면 곧 태권도를 배울 기새였다.

공연을 보고 모노레일을 타러 순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도착지점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태권도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실 태권도원에는 숙박시설도 있다. 몇 년 전 학교 교직원 연수 때 왔었는데 시설도 깔끔하고 밥도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순환버스 타고 주차장으로 갈 때 아들에게 나중에 한번 자러 오자고 했다. 그때는 아마도 찐이도 세상에 나와서 함께 하겠지. 


이제 아들과 더 많이 다녀야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즐겁다. 아들이 다섯 살이 되니 공연도 곧잘 본다.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지루할 법도 한데 흥미를 가지고 보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내가 더 뿌듯하다. 


사실 아내가 주변 친구들 중에 우리처럼 다니는 가족이 없다고 했다. 남들은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참는데 우리는 너무 낭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내 생각은 다르다. 사치는 피해야겠지만 오늘의 소소한 일상과 하루, 가끔 벌어지는 특별함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참는다고 내일의 행복이 보장되는 걸까. 오늘이 내일을 위한 디딤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이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한 법이다. 두 아들이 어제 그리고 오늘, 내일 매일매일 쌓아진 행복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부모는 그걸 느끼게 도와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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