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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10. 2020

애들도 이쁜 엄마, 젊은 아빠를 원하는구나!

오늘 아침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아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은 아내가 오전에 차를 써야 한다고 해서 다 같이 나갈 준비를 했다. 네 식구가 동시에 외출 준비를 하려니 바빴다. 어쩜 화장실 쓰는 타이밍도 겹치는지 전쟁을 치르는 듯했다. 아내가 양치질할 때 첫째가 팬티를 잡아 쥐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아내는 씻다 말고 화장실에서 나와야 했다. 그새 지독한 냄새가 나서 둘째 기저귀를 살짝 봤더니 살짝 지려있었다. 변기에 앉아서 집중하고 있는 첫째를 옆에 두고 둘째를 씻겼다. 아내는 첫째 뒤처리를 해주고 나는 둘째 기저귀를 씻기고 옷을 입혀줬다.


아내는 첫째 아침밥을 챙겨주고, 나는 둘째 밥을 먹였다. 거실에 있다가 아내와 첫째가 밥 먹고 있는 식탁으로 갔다. 그때 그 사달이 난 거였다. 아내는 이따가 이야기해줄게 말하며 충격을 먹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뭐지...


아내의 말을 듣고 빵 터지고 말았다. 유호가 오늘 엄마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면 안 되겠다고 하면서 나는 엄마가 이쁜데 선생님이 보기에 엄마가 안 이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자기 눈에는 이쁘다며 애써 에둘러서 엄마를 위로하고 있었다. 아들의 말에 정색하는 아내와 달리 나는 자지러졌다.


아내는 친구 아들이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다른 엄마는 화장도 하고 이쁜데, 엄마는 왜 안 이뻐?"라고 했다면서 친구는 그 말에 서러워서 폭풍 오열을 했다고 했다. 그해 죽을힘을 다해 다이어트를 했고 무려 10kg를 뺐다고 했다. 아내는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서 병원 예약할 거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아내는 충격이 컸나 보다. 옷을 입으면서 아들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벌써 그런 걸 안다고? 다섯 살 치고는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어 초등학교에 가면 어떨지 상상을 했다. 애들도 이쁜 엄마, 젊은 아빠를 원할 수 있겠다 싶어 이내 씁쓸해졌다.


나중에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아빠는 할아버지 같으니 오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순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진짜로 아들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아내처럼 충격이 클 것 같다. 진짜 서운할 것 같다. 아들 몰래 눈물을 훔칠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진짜 아들이 그런 말을 한다면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겠다.

아들아, 엄마가 너를 낳기 전에는 이뻤단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어. 푸석푸석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은 세월과 함께 너를 키운 흔적일 뿐이야. 그때는 아빠도 늙고 힘이 없어지겠지. 아들! 요즘 사춘기가 빠르다지? 너의 사춘기에 맞춰 갱년기가 올지도 몰라. 너희들을 키우면서 받은 대가이고 훈장이니 이쁜 엄마, 젊은 아빠를 찾기 전에 행복하게 키워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렴.


이렇게 말하면 되려나?


어쨌든 아침에 벌어진 충격적 사건은 아내와 나에게 적잖은 대미지를 남기고 말았다. 이제부터라도 옷에 신경 쓰고 운동해야겠다. 아들 덕에 젊은 아빠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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