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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깨무는 아이, 어쩌면 좋을까요

놀이와 책 읽기를 통한 손발 씻기 교육

by hohoi파파

언제부터인지 유호가 손톱과 발톱을 물어뜯는다. 약한 손톱을 이로 질겅질겅 씹으니 힘없이 잘려 나간다. 손, 발을 보면 손톱, 발톱이 예쁘지 않다.

한 번은 하도 발을 물고 빨어서 발톱 반절이 들릴 때도 있었다.


손톱, 발톱을 어떻게 하면 뜯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습관처럼 입으로 향하는 손. "유호야! 그만! 안돼!"(책에서 시키는 대로 단호하게. 표정관리는 필수지만 잘 안된다) "손톱을 물어뜯으면 아파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이 입장에는 잔소리에 불과하다. 자신을 통제한다고 느꼈는지 짜증을 낸다.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 얼굴을 휙 하고 돌리고 더 과장되게 손톱을 물어뜯는다.(숨을 크게 들이쉬고) 계속되는 아들과의 신경전으로 화가 꿈틀꿈틀 화를 내면 내가 지는 거야.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좀처럼 이해되지 않아서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도 사회복지사라고 나름 이유를 찾아보았다.


영아기 때(생후 1년 정도의 시기)는 반사 반응을 한다. 반사 반응 중에 그럴만한 이유를 찾았다. 빨기 반사다. 빨리 반사는 엄마의 젖을 본능적으로 찾고 빠는 행위를 말한다. 교육받아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진 행동이다. 이미 프로그래밍됐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반사 반응의 설명으로 지금의 행동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아들은 이미 젖을 떼었다. 더 이상 젖을 안 먹는 아이가 빨기 반사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 본능적인 행동이 습관 되었을까.(이유라도 직접 들으면 답답하지도 않겠다)


정신분석학 이론 중 심리성적 이론을 주장한 프로이트(Freud)에 따르면 손가락 빨리, 손톱 깨물기는 구강기 시기에 일어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고착 현상이라고 한다. 이론을 근거로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젖을 충분히 못 먹었나? 아니면 입으로 탐색할 때마다 기회를 빼앗았나?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부모의 잔소리도 아이에게는 관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엄마나 주 양육자의 반응과 상호작용한다. 어찌 됐든 관계 맺음이라고 받아들인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잘못됐을 거라고 사고하고 판단하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의 반응이 학습되고 강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그래서 육아 관련 책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라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떨 때 무관심해야 되고 어떨 때 개입해야 할지 기준 잡기가 어렵다. 결론은 아이마다 달라지는 육아는 책처럼 뻔한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손을 빨거나 손톱을 깨무는 행동은 대부분 심리적인 원인이 많다. 아이가 욕구불만이 있거나 불안해하거나 긴장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다. 여기서 나의 가슴은 내려앉았다. 우리가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을 쏟지 않았나 싶어서다.


나름의 원인, 이유를 찾는 과정은 역시 고달프다. 아무리 돌아봐도 모르겠다. 어쨌든 완벽한 부모는 없다. 이유를 생각하면 근거 없는 이유로 괜한 죄책감만 늘 뿐이다.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빠르겠다.



육아에 관련된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다.

1. 아이에게 "그만!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하라.
2. 일관되게 반응하라.
3. 안 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4. 그래도 놀이를 통한 교육이 최고다.


"유호야 손! 손! 손! 봐봐." 친구처럼 손을 펴보라고 말하면 보란 듯이 손을 쫙하고 편다. 쫙 편 손을 그림에 맞닿게 하면 재밌는지 신나 한다.

"유호야! 손에는 뭐가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이다. 자기도 궁금한지 유심히 책을 살핀다. "음..."(아들의 특유의 행동, 생각할 때 하는 말) "세균이야"라고 말하는 유호. 그동안 손이 입으로 갈 때마다 "세균! 세균! 세균!"이라고 해서 그런지 기억하고 있었다. "세균은 어떻게 생겼어?"라고 물으면 음..(또 생각한다). "무서워!"라고 답하는 유호.


그때 설명해준다. "세균은 책도 장난감도 물건에 손이 닿으면 옮긴데", "그럼 어떡해야지?"라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안돼! 안돼! 안돼!"라고 말하는 유호. 하지만 뭔가 아이의 반응이 부족하다. 안 되는 이유를 알고 안되라고 하는지 우리가 매번 안되라고 해서 습관처럼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사실 이유를 알고 안되라고 할 정도면 이 책을 안 읽었겠지?)

"유호야 만질 수는 있어, 하지만 만지고 항상 손을 씻어야 해", "우리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항상 손발 씻지?"라고 하면 "어! 맞아"라고 답하는 유호.


"안 씻은 손을 입에 넣거나 코에 넣으면 배가 아프고 열이 난데 심하면 병원 가야 해 병원에서 주사 맞아야 해"(사실 이런 말도 아이에게 병원에 대한 공포심을 만들어서 좋지 않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현실 육아 같다. 알면서 쓰면 낫겠지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다.)

"봐! 봐! 아프면 콧물도 나고 배도 아프고 기침도 하고 어지럽고 그러지?"

"유호가 아프면 엄마 아빠 속상해요. 그러니까 손톱 발톱 물어뜯지 않아요."

양치질에 대한 그림이 나온다. "우와! 이가 깨끗하다 이를 자세히 볼까."라고 말하면 눈이 반짝반짝하다. "유호도 "아! 하고 입을 벌려봐."라고 하면 그림처럼 "아"하고 따라 한다.

이 그림 앞장에 콜라, 초콜릿 먹는 그림이 있다. 예전 명절 때 형들이 콜라 먹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먹겠다며 때를 쓴 이후로 콜라를 찾는다. 마트 가면 "콜라다! 콜라, 콜라 사주세요." 그걸 기억하고 있는 아들이 놀랍다.(아이 앞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게 이런 이유구나.)


아내도 초콜릿만큼은 늦게 먹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부모가 다짐한다고 될 일이 얼마나 있겠나. 그동안 안 먹인 우리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미 어른들, 친구들이 건네는 유혹이 넘쳐난다. 처음 맛을 본 후 마트에 가서 고르는 것은 사탕, 초콜릿, 젤리 달콤한 것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돼"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안 먹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무작정 뺏는 것보다 훨씬 교육적이다. 부모-자녀 관계적인 면에서도 좀 더 나은 선택이다. 안 되는 이유를 알아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고가 클 거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무작정 뺏어봤고 협박도 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고집 피우는 아들의 모습뿐이다.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크는 것 같다.


계속해서 일관되게 이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고 놀아주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다시 행동을 할 때마다 바로 "안돼!", "그만!"이라고 단호하게 행동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왜 손을 물어뜯으면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유호야 손톱, 발톱도 소중해. 계속 깨물면 손톱이랑 발톱이랑 빠질 수 있어, 손톱이 없으면 장난감도 못 잡고 발톱이 없으면 유호가 좋아하는 축구도 못한대."


"손톱 깨물면 돼요 안돼요?"라고 물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유호. 사실 먹힐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그것은 언젠가는 바뀔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스케치를 반복하면 그림이 되는 것처럼 아이에게 변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반복할 뿐이다.


요즘 나의 노력과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손톱 깨물고 물어뜯는 일로 아들과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지 않는다.(설마 아빠 일 하는 동안에 엄마랑 싸우는 것은 아니겠지? 엄마한테 물어볼 거야)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태도가 달라진다. 믿는 만큼 큰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기다려주면 아이는 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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