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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y 27. 2020

아들아, [형이니까]란 감투 벗어던져버려

평생 그 웃음 잃지 말고 살아, 아들아! 

첫째랑 블록놀이를 하면서 느닷없이 스치는 생각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내 모습을 멀찌감치 물러나서 봤다. 첫째랑 놀면서 15개월 된 둘째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첫째와 같이 노는 모습이 아니었다.


첫째가 공들여 만든 블록을 둘째가 하도 건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 나의 의도를 모르는 첫째의 기분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첫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돌이켜보니 첫째와 둘째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아직 마냥 행복한 15개월이라 둘째에게 어떤 일에 간섭하지도 짜증 내지도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첫째보다 허용하는 부분도 많았다. 첫째가 했으면 눈에 거슬릴만한 일도 웃고 넘긴 것 같다. 첫째의 눈에 비친 아빠와 동생의 모습을 상상하니 뭔가 짠함이 밀려왔다.


바로 둘째를 내려놓았다.


첫째에게 "우리 유호도 안아볼까!" 두 팔을 벌렸다.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씩 웃으며 다가왔다. 그러면서 동생을 한번 쓰윽 보는데 첫째의 눈빛이 뭔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안기면서 둘째 눈치를 보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간 얼마나 서운했을까.


"형이니까 양보해야지." 


첫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어도 하나의 장난감을 두고 두 아들이 팽팽히 맞서면 첫째가 양보하도록 조정했던 것 같다. 같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내세웠지만 첫째 입장에서는 지금 자기가 놀고 싶은 놀잇감이었고 내가 먼저 놀고 있었으니 다 가지고 논 다음에 양보할 게였다.


다섯 살 첫째가 벌써부터 [형이니까] 감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첫째 역시 마냥 행복해야 할 다섯 살 아이이고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원하는 아이인데 말이다. 첫째는 이미 형이니까, 형이라서 포기하고 양보하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오늘부터 첫째부터 안아주고 놀아주고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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