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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01. 2020

셋째는 고명딸일까요? 삼총사일까요?

바람처럼, 운명같이 삼신할머니가 셋째를 주었습니다. 뜻밖의 선물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이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못했습니다. 앞뒤 안 가리고 마냥 좋아한 저와 다르게 아내는 막상 아이를 가지니 현실적인 문제에 쉽지 않았나 봅니다. 아내는 점점 힘에 부치는 체력으로 어떻게 셋째를 키울 수 있을까 걱정부터 했고 두 아이의 임신, 출산과 육아로 이미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제 숨통이 띄였는데 그 힘든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마냥 기뻐할 수 없었나 봅니다.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축하와 응원 댓글로 힘이 났습니다. 댓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위로됐습니다. 이 글을 빌어 자기 일인 양 기뻐해 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https://brunch.co.kr/@socialworkers/509


막연하게 아이 셋은 낳아야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만 했을시도할 수 없었다.


삼신할머니가 아들 둘이 있으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딸을 주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무모한 도전이었다. 만약 셋째가 또 아들이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엄두나지 않았다. 아무리 50:50 확률 싸움이지만 그 또한 모험이었다. 아들 셋과 몸으로 놀 생각을 하니 고개가 절로.  


생각은 결과를 낳는 말처럼 셋째가 바람처럼, 운명같이 내게 왔다. 삼신할머니가 뜻밖의 선물을 줬다.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는 생명이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아내 앞에서 좋은 내색할 수 없었다. 주위에 알려도 좋은 소리 못 듣는데 뭐하러 말하냐는 아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치를 살피게 됐다. 그래서 셋째를 가졌다는 기쁨도 감사도 반감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셋째에게 미안한 마음 들지 않도록 발버둥치는 중이다.


지금 이슈는 셋째의 성별이다. 임신 14주면 성별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병원에서 16주면 성별을 알려준다. 첫째는 누가봐도 딱 아들이었다. 둘째는 진료할 때마다 손으로 가리거나 자세 때문에 성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16주를 한참 지나서야 성별을 확인했던 것 같다. 쉽게 알 수 없어 내심 둘째는 딸이길 바랐나 보다 "고추네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순간 할 말을 잃어 침묵했었다. "네?" 몇 번이고 의사 선생님에게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셋째는 아들일까? 딸일까? 나름 그간 꿨던 태몽으로 돗자리를 깔아봤다.  


# 첫째, 달콩이

첫째 태몽은 아내가 꿨다. 꿈속에서 아내는 잔디가 있는 넓은 공원에 서있었다고 한다. 멀리서 아기 부엉이 두마리가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데 한 마리는 눈이 부리부리한 갈색 부엉이였고 다른 한 마리는 흰 부엉이었다고 했다. 흰 부엉이의 눈이 마치 영화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눈마냥 반짝반짝 빛났다고 했다. 누가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은 흰 부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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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부엉이는 자기 갈길을 가는 반면에 흰 부엉이는 자꾸 자기한테 총총 걸어와서 안기려고 했다고. 아내는 아무리 뿌리쳐도 계속 안기려는 흰 부엉이가 소스라치게 무서웠다고 했다. 흰 부엉이를 계속 밀쳐내다가 그 순간 꿈에서 깼다고 했다. 아내가 그다음날 아침에 자신이 꾼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생생하게 묘사해서 놀랐다. 태몽은 보통 안기거나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데 태몽은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 아내가 흰 부엉이가 다가오지 못하게 공원에 있는 흙을 움켜줘고 흰 부엉이 눈에 뿌렸다는 반전으로 태몽은 커녕 개꿈같았다.  


# 둘째, 주주

둘째 태몽 역시 아내가 꿨다. 꿈속에서 아내는 친구랑 시골집 같은 곳에 놀러 갔다고 했다. 어릴 때 외갓집에 가면 볼 수 있는 색 바랜 노란 장판이 깔린 방이었다고 했다. 한쪽에는 가지런히 이불이 개어 있었다고 했다. 방안에 드리우는 햇살과 솔솔바람이 좋았다고 했다. 친구와 방에서 누워 낮잠을 자려는데 갑자기 흰나비 두 마리와 검정 나비 두 마리가 아내 얼굴 위로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날아다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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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아내에게 글을 보여주며 물어봤다.


"나비가 빙글빙글 날면서 자기한테 안겼어? 그다음은 어떻게 됐어?"
"내 머리 위로 빙글빙글 날아다니길래 태몽이다 생각하고 벌떡 일어났어!"


맞아! 둘째는 계획한 대로 바로 안 생겼었지. 그땐 밤새 노력해도 깜깜무소식이었다.


# 셋째, 찐이

셋째 태몽도 아내가 꿨다. 꿈속에서 아내는 원피스 입고 들판 같은 곳에 혼자 서있었다고 했다. 배경이 뿌옇게 보여서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흰색 강아지가 자기를 보고 웃으면서 안기려고 했다고 했다. 소형견보다는 크고 대형견보다 작은 크기였다고 했다. 어떻게 생긴 강아지였는지 물어봤더니 진돗개 같이 생겼다고 했다. 자기는 개를 무서워한다고, 웃으면서 다가오는 강아지에 기겁해서 밀쳐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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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만 따지면 셋째도 흰색에 뭔지모르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셋째가 딸이란 미련을 못 버린 이유

아내는 첫째와 둘째가 아들이란 것을 단 번에 맞췄다. 반면에 셋째는 모르겠다고 했다. 확신하지 못하는 아내가 이유라면 이유겠죠.

속설이 맞는다면 셋째는 딸이다. 속설에 따르면 주걱과 방망이를 사이에 두고 주걱을 잡아서 들면 딸, 방망이를 잡아서 들면 아들이라고 했다. 처가 댁에서 재미삼아 둘째에게 주걱과 방망이를 사이에 두고 잡아 들도록 했다. 둘째 때첫째에게 몇 번을 다시 시켜봐도 방망이만 집 들더니 둘째는 주걱만 집었다.


아내에게 들어서 안 사실이지만 아이가 안기는 방향에 따라 성별이 다르다고 한다. 첫째는 항상 아내를 등지고 앉았다. 반면에 둘째는 항상 아내를 마주보고 안겼다. 아내도 셋째의 별이 궁금했는지 이미 실험을  후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줬다. 아무래도 딸 같다며.


그토록 바라던 태몽을 꿨다. 내 생애 마지막 태몽이라서 그런지 무려 두번이나 꿨다. 솔직히 그동안 아내나 가족, 지인들이 아이들의 태몽을 꾸는데 혼자 아무렇지 않아 서운했다. 사실 머리만 대면 다음 날까지 업어 가도 모르게 곯아 떨어지는터라 태몽은 꿈도 못 꿀일이었다.


한번은 꿈속에서 누가 들어도 행복하게 하하 웃는 웃음소리였다. 웃음 소리에 깼고 잠결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떴다. 그날 처가 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꿈속 장소 역시 처가 댁이었다. 거실에거 초등학생 같이 보이는 아이들이 하하 웃으면서 뛰어 놀고 있었다. 세 명이었는데 두명은 남자아이, 한명은 여자아이였다. 여자 아이가 내가 누워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깼다. 이런 꿈은 처음이라서 정말 딸인가 싶었다. 지금도 여자 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맴돈다.    


몇 주전 꿈을 꿨다. 어떤 꿈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장면만큼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영롱하게 빛을 뿜고있던 붉은 색, 노란 색, 파란 색의 보석. 그 중 하나를 집어 들면서 꿈에서 깼다. 보석 꿈이라 딸이라고 더 설레발쳤던 것 같다. 잠에서 깨자마자 꿈 풀이부터 찾아봤다. 태몽으로도 본다며, 대부분 재물에 대한 해석이었다. 사실 그 주에 로또가 당첨이 안 될걸 보면 태몽이 확실하다.(숫자가 안 맞을 때부터 이미 합리화했다.)


2주 전 찐이 초음파 사진을 본 순간 느꼈다. 아내에게 난 보고 말았다, 딸인 것 같다며. 아직 진료가 덜 끝나 누워 있는 아내에게 김칫국부터 시원하게 마셨다.       


며칠 전 첫째에게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는데, 남동생 같아? 여동생 같아?" 물어봤다. 둘째 임신 때는 남동생이라고 말하던 첫째가 이번에는 여동생이라고 했다. 첫째가 여동생을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서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순간 아직도 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구나 싶었다.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떠랴. 새생명 감사하게 키우면 그만인걸. 아이 둘을 키우는 것과 셋을 키우는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겠죠. 또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신생아 육아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키우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렇게 키우려고 아이 셋이나 낳았느냐 비아냥도 들을 수 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둘일 때는 경험하지 못하는, 지금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상상하지 못할 행복을 마주하는 일이지 않을까. 아이 셋이 크면서 함께 성장할 모습을 기대해본다. 딸이면 고명딸로 아들이면 아내를 지키는 삼총사로 키우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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