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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25. 2020

미끄럼틀 하면 임실치즈테마파크지

임실치즈테마파크는 가족 나들이로 괜찮은 장소다. 언덕 위를 오르면 탁 트인 풍경에 살랑살랑 부는 산들바람까지 아무 생각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기 좋다. 잠시만 머물러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 번쯤 혼자 와서 멍 때리고 싶을 정도로 괜찮다. 거리도 적당하다. 전주에서 임실까지 40분 남짓 걸리는 거리라서 나들이하기 좋다. 

첫째 아들이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언덕 위에 전망대가 있고 언덕 너머에 미끄럼틀이 있다. 나도 이렇게 긴 미끄럼틀을 본 적이 없다. 그날도 10번 정도 탔을까, 꽤 되는 거리를 오르락내리락거리면서 아들은 한 번만 더 타자고 계속 졸랐다.  

미끄럼틀 옆에는 산양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 우리가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운영은 하지 않는다. 아들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서 산양을 바라보고 신기해했다.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은 아빠 술래잡기할까 물어봤다. 아들은 이곳 놀이터에 오면 가장 신나 한다. 사실 넓은 모래 공터에 뛰어 놀기 딱 좋아서 아들과 이곳에 오면 술래잡기를 한다. 한참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울타리 너머에 있는 레일바이크 철길을 걸었다.  


나는 놀이터 미끄럼틀도 마음에 든다. 미끄럼틀이 높고 길이도 길다. 흥미와 스릴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아들은 지루해하거나 시시하다고 하지 않는다. 작년 까지만 해도 무섭다고 안 탔었는데 이제는 미끄럼틀을 까르르 웃으면서 탈 정도로 컸다. 


15개월 둘째는 형이 타던 킥보드에 빠졌다. 아마 첫째를 앞에 태우고 같이 타는 것을 자주 봐서 그런 것 같다. 이제는 킥보드를 꺼내면 자기가 타겠다고 난리다. 둘째에게 물려주고 첫째 몸에 맞는 킥보드를 사줘야겠다. 유호야!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릴 수 있지?  

언덕 중턱에 닭장과 토끼우리가 있었다. 몇 년 전 이 곳 축제 기간 때 아들과 젖소 우유 짜기 체험을 했었는데 아들은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아빠 예전에 젖소 우유 짰었는데, 하나도 안 무서웠다 하면서 우쭐거리며 추억한다. 아들, 요즘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임실치즈테마파크 분수대 옆에 있는 조각상을 보고 아들이 한마디 했다.


"엄마다!"


"응? 뭐라고?"


"엄마가 꽁꽁 얼었네!"


"어, 그러네! 엄마가 꽁꽁 얼었어!" 아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아들과 조각상을 보며 얼마나 까르르 웃었는지, 지금도 그 상황을 떠올리면 천연덕스럽게 말하던 아들 표정이 생각나서 자꾸 웃음이 난다.


아들아! 엄마는 미모의 여신이었어. 다른 신들에게 질투를 불러일으켜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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