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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17. 2020

둘째는 다르다

둘째는 사랑이 넘치는 개구쟁이다. 기분 나쁘지 않게 말짓하는 둘째,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살살 눈치를 살피는 둘째의 눈웃음을 보면 뭔지 모르게 만화에서 나오는 귀여운 악동 같다. 이내 아들의 장난기 넘치는 눈웃음에 빠져들고 만다.

둘째는 애교가 넘친다. 내가 누워있으면 둘째가 조용히 옆으로 와서 기대고 눕는다. 둘째를 팔베개를 해주면 헤벌쭉 웃으면서 나를 쓰윽 한번 쳐다보는데 눈웃음치는 둘째가 사랑스럽다. 둘째는 살이 맞닿는 느낌이 좋은지 자꾸 엉겨 붙는다. 내가 앉아있으면 둘째가 아장아장 걸어와 양반다리 한 위로 등을 지고 앉는데 눈 맞춤하며 고개를 왼쪽으로 휙, 오른쪽으로 휙 번갈아가며 돌린다.

둘째는 스킨십을 좋아한다. 내게 안겨서 몸을 이리저리 비빈다. 안긴 채 뒹구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얼굴을 들이대고 볼에 뽀뽀를 하더니 이제는 입으로 쪽! 소리 내며 뽀뽀를 한다. 둘째를 재우기 위해 같이 누워있으면 둘째가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싸고 얼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얼굴이 서로 맞닿으면 그제야 비비면서 쪽! 소리 내며 입맞춤을 한다. 이건, 15개월 아이의 스킨십이 아니다. 목을 끌어당기는 힘이 상남자다.   

둘째는 형을 졸졸 따라다닌다. 뭐든지 형이 하는 걸 하고 싶어 하고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첫째가 침대 위에서 범퍼침대로 뛰어내리면 둘째 역시 어설프게 뛰어내린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까르르 웃으며 몇 번이고 계속 뛰어내린다. 둘째는 형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어떻게든 손에 쥐어야 한다. 마치 시비를 걸듯 기어코 장난감을 건들고 뺏으려고 한다. 아마 둘째는 형이랑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큰지 다른 장난감을 주면서 떼어내려고 해도 소용없다. 기어이 형이 정성 들여 만든 블록을 잘 못 만져서 부수고 만다.       

둘째는 눈치가 빠르다.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을 박스에 담고 있으면 둘째도 눈치껏 치운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일거수일투족 모든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다. 스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 번은 아내가 싱크대에서 물을 엎질렀는데 둘째가 그 모습을 보고 싱크대로 기어가더니 서랍을 뒤적거리면서 무언가를 찾더란다. 알고 보니 마른 수건을 찾은 것이었고 그 수건으로 물을 닦았다고 했다. 탁월한 생존능력에 이쁜 짓은 혼자 다한다.    


둘째는 반전 매력 있다. 첫째가 울 때면 둘째는 항상 쪼르르 가서 형의 등을 토닥거린다. 첫째는 아무리 다친 척을 하고 아픈 척을 해도 관심은커녕 자기 할 일만 했었는데 둘째는 함께 아파하고 위로할 줄 안다. 첫째 옆을 떠나지 않고 기웃거리는데 첫째가 다 울 때까지 같이 있어 준다. 한 번은 둘째 앞에서 장난으로 다친 척을 했더니 금세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폭풍오열을 했었다. 닭똥 같은 둘째의 눈물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이 모든 게 자식 키우는 행복감이 아닐까. 하는 행동이 꼭 딸 같다.


타고나는 기질이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두 아들을 보고 새삼 느낀다. 첫째는 A형 같은 O형이라면 둘째는 O형 같은 A형이다. 첫째는 감정적으로 섬세한 아이라면 둘째는 화끈한 행동파다. 둘째가 나중에 첫째보다 더 강한 성격에 자기주장도 셀 것 같다. 고작 15개월인 둘째의 성격을 지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으나 벌써부터 두 형제간 사이에서 조율해야 할 일이 걱정이다. 아이에 맞게 달리 키워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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