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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02. 2020

아이와 부모는 과정에서 배운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고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양파, 마늘, 감자 수확이 끝나면 밭에 물을 대고 벼농사를 짓는다. 솔직히 은퇴 후 귀향해서 농사짓는 삶이 그 전보다 더 바쁘고 힘들어 보인다.(걱정 마세요! 사위가 있잖아요.)


매년 수확철이 되면 처가댁에 가서 부족한 일손을 돕는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일하다 보면 문득 삶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곤 하는데.


감자 캐기 일주일 전, 아들에게 다음 주에 고산 가서 감자 캐자고 미리 알려줬다. 아들은 감자 캐는 것이 기대됐던 모양이다. 아들이 며칠 전부터 유치원에서 감자를 캔다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그날은 유독 더웠다. 쨍쨍 내리쬐는 땡볕에 어린 두 아들을 오래 둘 수 없어서 30분 정도 감자를 캐도록 했다. 아들은 그마저도 행복해했다. 고사리손으로 호미를 잡더니 제법 흙을 잘 팠다. 역시 중장비를 좋아하는 아들답다. 감자 줄기를 뽑아 든 아들 손에 감자알들이 주렁주렁 딸려 올라왔다. 아들은 신났는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고랑에 털썩 앉아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아들은 감자전 해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아들에게 "감자 캐보니까 어때?" 물어봤다.


아들은 "재밌다."며 호미질을 이어갔다.


아들에게 "감자를 먹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할아버지가 고생해서 감자를 심고 정성껏 키웠다가 힘들게 캐야 먹을 수 있는 거야! 이제부터 감자는 남기면 안 되겠다."라고 말했다.


아들이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맞아!" 맞장구를 쳤다.(몸소 체험한 교육의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뒤로 음식을 더 잘 먹고,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았다.)


아들과 감자를 캐서 즐거웠고 감자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줘서 의미 있었다.


가끔 성과나 결과에 집착할 때가 있다. 성공한 삶은 어떠한 목표를 이뤄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아들과 감자를 캐면서 하루하루 행복감을 충분히 느꼈지, 오늘을 충실히 살았는지 잠시 돌아보게 됐다.


오늘이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하. 비록 그럴 상황이 못되어도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의미 부여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소소한 일상의 숨은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도 오늘을 즐기고 긴 호흡으로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면 내일이 기다려질 것이다.


그런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아이가 실수해도, 뻔히 보이는 실패 마주하고 있어도 따뜻하게 격려하고 잘했다고, 지금처럼 하면 충분하다고 기다려주는 일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실패든 성공이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아이들은 인생에서 과정에 의미를 두며 살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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