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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01. 2020

푸르름이 시원한 담양 나들이와 완주 앵무새 체험

지난 주말, 전남 담양으로 가족 나들이를 갔다. 주말에 두 아들과 하루 종일 집에만 있기 그래서 아내와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무작정 집을 나다. 신호 대기하면서 임실 갈까, 남원으로 갈까 고민했다. 하지만 최근 가서 그런지 선뜻 내키지 않았다.


오랜만에 담양 죽녹원으로 갔다. 담양 죽녹원은 대나무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름다운 곳이다. 울창한 대나무 숲에서 대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맞는 것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무색할 정도로 대나무의 푸르름으로 마음까지 시원해진. 사실 예전에 아내와 먹은 댓잎 아이스크림이 당겼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다섯 살, 16개월 두 아들과 걷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아내와 나는 죽녹원 매표소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살짝 고민했다. 갈까, 말까 아기띠라도 있었으면 갔겠지만 둘째를 안고 다니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 돌아보지 못하고 나올게 분명했다.

그냥 죽녹원 주변에 머물기로 했다. 길 건너편에는 영산강 문화공원이 있고 담양 관방제림을 건너면 영산강 천변으로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죽녹원에 가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곳이 담양에서 유명한 국수거리다. 산책하다가 점심으로 국수 먹을 요량이었다.


이미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데이트하는 연인들로 가득했고 큰 가로수 그늘 아래에 자리하고 있었다. 천변에는 전동 바이크나 두 명이서 페달을 밟는 커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동 바이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 무더운 날씨에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는 아빠와 남자 친구만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감정이입이 됐나 보다. 어쨌든 그 모습마저도 그냥 여유 있고 행복해 보였다.    


아들은 전동 바이크를 보자마자 "저번에 못 탔으니 타자."라고 했다.


사실 첫째가 그러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전주 한옥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둘째를 장모님에게 맡기고 모처럼 아내와 함께 첫째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호기롭게 바이크를 타자며 아들과 전동 바이크를 빌리러 갔다.


비싸도 너무 비쌌다. 아내와 나는 순간 머뭇거렸다. 1시간 타는데 3만 5천 원이라니. 바가지가 맞다.


아내는 약속부터 했다고 한마디 했다. 하는 수 없이 아들에게 여기는 카드밖에 안된다고, 그래서 탈 수 없다고. 다음에 꼭 여행 가서 타보자고 약속하며 얼버무렸다. 지금 당장 타고 싶은 아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다. 다음부턴 약속부터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다른 지역이면 몰라도 전주에 살면서 그 가격으로 체험하는 것이 아까웠었다.


아들과 지난번에 약속을 했으니 죽녹원에 가지 않고 바로 전동 바이크 체험을 했다. 사장님은 첫 손님이라며 5천 원을 깎아줬다. 1시간에 2만 원이면 괜찮았다. 갑자기 한옥마을이 떠올라 부글부글.


사장님이 가르쳐준 코스로 출발했다. 아들이 가장 신났다. 둘째도 아내와 함께 뒷자리에 앉아 바이크를 즐겼다. 강바람이 시원해서 더운 줄도 몰랐다. 이래서 오토바이를 타나 싶었다.

아들에게 운전대를 맡겨봤다. 곧잘 하는 아들, 핸들을 손목으로 잡아당기는데 손목 스냅에 놀랐다. 아들아, 아빠 몰래 오토바이를 몬 적이 있니? 어째 아들 폼이 중학생 되면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할 기세였다.


옛날 진미 국숫집으로 점심 먹으러 갔다. 알고 보니 [백종원의 3대 천왕] 프로그램에 나온 맛집이었다. 국수도 국수였지만 부침개가 바삭거렸고 마치 빵 같은 식감에 정말 맛있었다.


아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정수기로 가서는 물을 떠 왔다. 아들의 뒷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바로 찰깍. 둘째를 먹이느라 정신없었지만 좌식에서 아기의자 없이 국수를 먹는 데 성공했다.  

점심을 먹고 공원에서 산책하며 입가심으로 뻥튀기와 아이스크림을 물고 걸었다. 



오후 3시쯤 전주로 출발했다. 바로 집으로 가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담양으로 갈 때 구이로 나가는 길에 앵무새 체험장 안내판을 봤었는데, 어차피 가는 길이라서 들르기로 했다.

갖가지 앵무새와 새장 옆에는 토끼, 닭, 공작 우리도 있었다. 앵무새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좋아했던 둘째와 달리 첫째는 앵무새가 내려앉는 것이 무서웠는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먹이 주는 것을 거부했다. 


첫째는 토끼에게 관심을 보였다. 사장님에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는데, 첫째가 이렇게 질문이 많은 아이였는지 새삼 느낀 하루였다. 두 아들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들아, 바이크 생각나지 않니? 아빤 또 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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