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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09. 2020

청초한 연꽃 같은 아내와의 데이트

지난 주말 아이를 데리고 부여 궁남지로 갔다. 몇 주전, 아내와 갔을 때만 해도 연꽃은 피지 않았다. 군데군데 핀 연꽃이 전부였는데 지난 2주 사이에 연꽃이 만개했다.


궁남지는 무왕이 선화공주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라는데 무왕의 그리움이 청초한 연꽃 사이로 피어나 짙어진 듯했다.

일주일이 지났으니 지금 궁남지의 연꽃은 더 활짝 폈을 것 같다. 길을 걷는 데 은은한 연꽃향이 살랑바람과 함께 코끝에 퍼졌다. 연꽃으로 마음까지 평안해져 힐링하기 딱 좋다.

아들은 지난 담양 여행에서 개구리 생태공원에 가지 못한 것이 자꾸 떠오르나 보다. 궁남지에 도착하자마자 개구리가 어딨냐고 걷는 내내 투정을 부렸다.


다음에 가자고 했더니 아빠가 기억 못 하면 어떡해라며 우는데... 이제 도착했는데 난감했다. 아들에게 아빠가 메모했으니 다음에 개구리 생태공원에 가자고 달랬더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진 찍기 여념 없었다. 그것보다 담양에 또 가게 생겼다.

연꽃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그대는 연꽃인가, 사람인가. 연꽃 사이에 활짝 핀 아내, 연꽃처럼 청초했다.(사진 또 허락 없이 올렸다고 아내에게 혼나게 생겼네.)  

궁남지 연못 가운데 있는 포룡정으로 가는 다리에서 한참 동안 물고기가 노닐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아들. 포룡정에서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구도를 잡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흐뭇한지, 그날은 전 작가에게 아내와 나의 사진을 맡겼다.(전 작가님! 사진 잘 부탁합니다.)

궁남지 인근 사또 국밥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오르는 계단 귀퉁이에 낮달맞이꽃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내는 첫째를, 나는 둘째를 먹였다. 두 아이를 데리고 밥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얼마나 혼이 나갔는지 밥을 다 먹고 나올 때 둘째 턱받이와 신발을 두고 나왔다. 허허 언제쯤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오후 4시쯤 전주에 도착했다. 집에 가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밖에서 놀다 들어가야 시간이 빨리 간다. 이대로 집에 갔다간 두 아들이 안 들어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 날 게 분명했다.


집으로 가는 길, 전주 수목원에 들렀다. 전주 수목원에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수목원 입구에 파란 수국이 이쁘게 폈었는데 아내와 사진 한 장 못 찍었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잔디가 깔린 곳으로 바로 가야 했다. 다행히 공원에는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굳이 아이들과 같이 놀지 않아도 됐다.   


애들아, 실컷 놀아. 아빠도 이제 좀 쉬자!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잔디 위에서 뛰어노는 아들을 보면서 아내와 같이 꿀 같은 휴식을 가졌다.


왜 이렇게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는지 벌써 목요일, 곧 주말이다. 아마 아들과의 약속 때문에 담양에 가지 않을까. 이번에는 개구리 꼭 보자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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