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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14. 2020

전서방, 자네 글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느 날 아내는 장인어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서 대뜸 "전서방, 글을 읽으려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물어봤다고 했다. 알고 보니 장인어른은 어느 지인으로부터 "사위의 글을 잘 읽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장인어른이 아내에게 전화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내에게 브런치 앱 설치를 해달라는 이유였다.(앗싸! 구독자 한 명이 더 늘게 생겼다.) 장인어른이 브런치 앱 설치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한다고 했을 때 뭔가 느낌이 묘했다. 장인어른의 지인이 어떤 경유로 내가 쓴 글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노출되는 것이 싫지 않았다. 브런치의 위력은 대단했다.


종종 쓴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어 조회수가 폭발할 때도 있지만 보통 매일매일 수백 명의 누군가는 나의 글을 조회한다. 내가 쓴 글이 브런치에 고스란히 남아 누군가에 의해 읽히고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새로웠다. 사실 처음 사회복지사의 이야기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욕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하트를 눌러주는 공감과 댓글로 소통해주는 것이 좋아 글을 쓴다. 욕심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그냥 묵묵히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장인어른은 어느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부터 책이 언제 나오는지 물어봤다. 차마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는 받았지만 계약한 건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장인어른의 사위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아버님! 브런치 작가면 충분하시죠?


장인어른의 관심은 처음 글 쓰게 된 이유와 꿈을 떠올리게 한다. 장인어른의 안부 인사로 다시금 느슨해진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예비 구독자이신 장인어른은 아내에 이어 든든한 지원자다.


한 번은 장인어른이 노트북 하나 장만해주신다고 공언하셨다. 노트북을 사고 싶어 하는 사위의 마음을 알아차리셨는지, (글을 쓰려면 새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아내에게 빠득빠득 애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 어느 날 장인어른은 삼성 노트북 홈쇼핑 광고를 보시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장인어른은 아내에게 노트북을 샀는지 확인했고 남편이 글을 쓰겠다는데 왜 여태 노트북을 안 샀냐며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비록 노후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장비 탓만 할 수 없었다. 훗날 글로 벌어들인 돈으로 새 노트북으로 사리라 다짐하고 잠시 미뤘다. 어쨌든 장인어른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책은 언제 나오는가? 가끔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시는 장인어른의 말 한마디에 뭔지 모르게 글 쓰는 책임감이 생겼다. 글 쓰는 동력이랄까, 내 평생의 든든한 첫 번째 구독자인 아내에 이어 두 번째 구독자인 장인어른까지. 이제 장모님에게 구독을 권해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


장인 장모님! 멋진 책이 만들어지면 씨암탉 잡아주실 거죠? 장모님이 차려준 씨암탉을 뜯으며 장인 장모님에게 갓 출간된 책을 선물해드릴 기분 좋을 그날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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