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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ug 28. 2020

아내의 부재

아내가 아프다. 쩌면 뱃속에 자라고 있는 찐이까지도.  며칠, 배가 뭉친다는 아내. 근내는 돌처럼 딱딱해지는 배뭉침 증상 자주 있다고 호소했. 지만 번에는 평소 배뭉침 증상과 달랐다. 아내는 출산 전 진통이 오듯이 주기적으로 통증이 온다고 했다. 내의 말을 듣자마자 찔했다. 뭉침에 죽이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보고 뭔 느낌이 싸했다.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웬만하면 참는 아내도 이번에는 먼저 병원 가자고 했다. 평소 아내 태도와 달랐기에 뭔가 못됐다고 생각했다. 하다 말고 부랴부랴 조퇴를 냈다. 산부인과에 가는 길 내내 마나 초조하던지... 슴이 벌렁거렸다. 겨우 임신 7개월밖에 안됐는데 벌써 진통,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규칙적인 진통 료실에 들어가는 내내 불안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진 검사를 하고 나서 다급한 목소리로 오늘 당장 입원해야겠다고 했다. 머리가 띵 울렸다. 자궁문이 1센티미터만 더 열렸어도 출산했어야 했다의사 선생님 말머리가 하얗게 됐다. 1센티미터가 열린 게 아니고 그만큼 남았다니. 내색하진 않았지만 아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을까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내 평생 가장 괴로운 순간이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입원실에 짐도 풀기 전에 태동검사를 하고 자궁수축을 억제하는 주사를 맞았다. 간호사는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불렀다. 주사를 맞으면 산모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이 떨리는데 오렌지 주스가 진정 효과가 있으니 사 오라고 했다. 500미리를 사 온 것을 보면 금방 끝날 줄 알았나 보다. 간호사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둘째를 안고 마트에 다시 가서 1.5리터 오렌 주스 병을 사 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유치원 하원 시간이 가까웠다. 하는 수 없이 아내를 두고 첫째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가야 했다. 아내는 걱정 말라며 어서 가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사도 마치지 않은 내를 홀로 두고 나서는 길이 얼마나 비참한지 둘째를 안고 진땀 흘리며 병원을 나서는 내 모습을 보고 후회이 밀려왔다. 뭐하러 셋째를 임신해서는, 무엇보다 아내에게 미안했다.


첫째를 데리러 가는 길에 교장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심스럽게 지금 상황을 전했다. 아내가 입원을 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고, 3일 휴가를 쓰겠다고 했다. 하필 개학을 앞두고 전교직원 출근 일과 겹쳐 말하면서도 신경이 쓰였만 그게 그리 대수인가.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에도 아내, 자식이 우선이었다.


오늘로서 아내가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나간다. 아내의 부재가 이렇게 다니 아내빈자리가 티가 난다. 나름 엄마 빈자리를 티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안 되는 것은 안된다. 직접 아이 밥을 챙기고 등원 준비를 하고 독박 육아를 하니 그동안 아내에게 의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역시 그런 내가 불안한 모양이다. 혼자서 두 아들을 돌볼 걱정에, 밥은 잘 챙겨주는지 옷은 잘 입혀서 유치원에 보내는지 밀린 빨래는 없는지 아내와 카톡을 하다 보면 전부 내 걱정이다.

이제야 알겠다

전날 두 아들 옷을 미리 챙겼다. 아내에게 걱정 말라며 야침 차게 내일 이렇게 입힐 거라고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 카톡을 보냈다. 답장을 받는 순간 톡 너머 비웃는 아내의 모습이 느껴졌다. 아내는 둘째에게 입힐 바지가 첫째 거라며, 첫째 거라고 생각한 양말이 둘째 거라는 말에 망연자실했다. 지금 봐도 헷갈린다. 아직도 첫째 둘째 옷 구분하는 것이 제일 어렵.


아내가 부재하니 아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입원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둘째를 보면서 얼마나 쉴 수 있었겠는가. 어쩌면 탈이 난 게 당연한 결과였다. 7개월 동안 힘겹게 버텼으면 이제라도 쉴만하다. 그동안 밀린 휴가를 보내는 심정으로 지금 상황을 받아들여야겠다. 산까지 은 3개월이 3년 같겠지만 부디 아내도 찐이도 건강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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