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도 새벽 3시, 뭔가 싸한 느낌에 눈이 떠졌다. 둘째가 심상치 않았다. 둘째의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고 그르렁그르렁 했다. 코가 꽉 막혔는지 힘겹게 입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범퍼 침대에 이리저리 뒤척이던 둘째가 잠결에 엎드렸다.
엎드린 자세를 바꿔주려고 둘째를 안았다. 손으로 전해지는 둘째의 체온에 놀랐다. 몸이 불덩이였다. 이마만 만져봐도 38도는 넘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체온계로 재차 온도를 쟀는데 38.8도였다.
빨갛게 불이 들어오는 체온계를 보고 아차 싶었다. 저녁 11시쯤 둘째 숨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불길한 예감은 비켜가지 않았다.
뭘 잘못 먹였을까 하루를 되짚었다. 가장 먼저 꿀이 떠올랐다. 그날 저녁, 가래떡에 꿀을 찍어 먹었는데 첫째가 먹는 것을 보고 둘째도 따라먹었었다. 꿀은 돌 이전에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중에 하나라서 설마 꿀인가 싶었다.
하지만 19개월인 둘째는 돌도 한참 지났고 꿀 알레르기 반응인 호흡곤란과는 증상이 달랐다.
그게 아니라면 내 감기 기운이 옮았나. 며칠 전 으스스 몸에 한기를 느꼈고 두통에 열이 났었다. 다행히 하루 만에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멀쩡해졌는데 설마 하루 만에 나은 것이 둘째에게 옮겨서 그랬을까. 괜히 미안해졌다.
어차피 병원에 가도 추석 연휴라 응급실에만 진료 가능할 테고 가봤자 해열제 처방외엔 딱히 해줄 게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해열제를 먹이고 바로 기저귀를 벗겼다. 가제 손수건을 미지근한 물에 적셔 사타구니와 얼굴, 목덜미를 닦았다. 둘째는 걱정하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닦고 있는 손수건을 가로채고 물에 빠트리고 들었다 내렸다 물놀이에 신났다.
첫째도 주말 아니면 연휴 때 아프더니 둘째도 어쩜 이렇게 쏙 빼닮았는지 추석 연휴 첫날부터 아팠다.
그 덕에 하루 종일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부모님 댁이랑 처가댁에는 결국 가지 못했다. 장모님, 장인어른 찬스로 커피 한잔이라도 마실 수 있을까 했었는데... 둘째 몸을 닦이다 새벽 밤을 지새웠다.
오빠 병나겠다는 아내의 걱정하는 말에 조금이나마 위로해본다.
그나마 연휴 첫날 아파서 천만다행이다. 어린이집에 처음 가는 둘째는 언젠가 한 번은 아플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이 추석 연휴였다. 만약 연휴 끝무렵이나, 연휴가 아닐 때 아팠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냥 내가 돌볼 수 있을 때 아픈 거니 감사한 마음을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