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너였다

독서모임 에세이

by hohoi파파


오늘은 6명의 선생님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했다. 11월 선정 도서는 [모든 순간이 너였다]이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끌렸다. 핑크 빛 파스텔 톤의 표지에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수평선(지평선으로 보기에는 감성이 깬다)을 바라보는 모습이 확 끌어당겼다. 목차를 보거나 내용을 따지지 않아도 충분한 끌림이었다.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계절과 어울려서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주로 자기 계발서로 이번 달은 "가볍게 읽어보자"라는 다른 선생님들의 공감도 있었다.


독서 모임에서 에세이를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라는 책은 읽었지만 다른 종류의 책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모임을 어떻게 진행하지 살짝 걱정이 앞섰다. 짧게 쓰인 글, 단어 사이사이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까지 자기 개발서(독서법, 심리 관련 책)를 읽었다. 사실이나 경험을 근거로 한 설득하는 글이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나누려니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에세이는 다른 책과 다른 방법으로 읽고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모임 내내 들었다.




우리의 독서모임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1. 3~5줄 정도 요약해서 읽은 분량 총평하기
2. 인상 깊은 글귀나 문장 나누기
3. 책에서 다룬 관점에 대해 나누기
4. 책의 경험과 비슷한 나의 경험 나누기
5. 토론하고 싶은 주제 나누기
6. 책의 내용을 삶에서 적용하기




1. 사소한 것에 감사하기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사소한 것, 일상에 대한 감사는 행복한 삶을 이루는 기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큰 목표, 큰 성과, 물건과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분주하게 살아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소소한 일상과 평범한 삶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럿 선생님들의 이야기에서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태도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임에 공감했다.


2. 사람은 살면서 고민이 많다

어느 선생님이 나눈 내용이다. 교육복지 사업이 저소득층 학생 인원수에 따라 유지되거나 종료되는 상황에서 해가 갈수록 점점 학생수가 줄어들어 사업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하였다. 자신의 학교가 재지정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서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는 사업이 종료되면 국공립학교와는 다르게 고용이 불안정하다.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이는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일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고민들을 한다. 먹고사는 걱정, 자녀 양육 걱정, 건강 걱정, 일 걱정, 경제적 걱정, 재난, 사고를 당할까 걱정, 그 밖에 당장 일어나지 않는 모든 일의 문제까지 끌어모아 고민한다. 인간이 안전하고 안정감 있게 살아가기 위한 본능이 아닐까 싶다. 고민 자체는 문제 될 것 없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생각의 산물이다.


나도 걱정이 산더미다. 당장 대학원 4학기라 논문 쓸 준비를 해야 하고 곧 둘째가 태어나 경제적인 고민도 안 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자녀들을 부양해야 하고 혹여나 생길 양가 부모님의 건강 문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직업 상 5년이 되면 다른 학교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내년이 그 해다. 내년에 어떤 학교로 갈지도 걱정이다. 그리고 먼 이야기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고 사회복지 현장에 대한 글을 쓰고 책을 쓰고자 계획한 바가 잘 될지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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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한도 끝도 없이 걱정만 하다 생을 마치겠다.(사실 고민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한 대로 지금 당장 즐거운 일만 할 수 없다. 즐길 수만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앞으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인지도 중요하다. 즐기는 쾌락은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먹고사는 걱정거리만 없다면 다른 걱정거리는 각자의 선택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다면 지금과 전혀 다를 텐데. 먹고사는 문제가 충족된다면 하는 모든 걱정은 정말 말 그대로 걱정일 뿐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더 높은 차원의 욕구나 걱정을 충족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로 걱정 없는 나라라면 다른 문제는 자유롭게 즐기면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을까.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가 쉽게 위협받기 때문에 당장 지금의 순간을 즐길 수 없다. 그 이유로 안전한 사회 구조, 시스템이 필요하다.(사회복지가 필요한 이유)



3. 삶은 과정이다.

어느 선생님이 산에 가면 "올라갈 때 못 본 것을 내려갈 때 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처럼 주변을 살피는 일은 중요하고 과정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 말에 동의하듯 끄덕끄덕 격한 공감을 하셨다.


나 또한 산에 대한 비유를 이어갔다. 3년 정도 학생, 선생님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학생들과 산에 오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 우리가 하는 산행의 목적은 정상에 오르는 일이다. 하지만 무작정 오르지는 않는다. 목적은 정상에 오르는 일로 분명하지만 세웠던 계획, 결과만 쫒지 않는다. 정상만을 생각하고 산을 오르면 과정을 잊게 되고 지금 순간은 즐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산행의 즐거움은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 있다. 익숙하지 않은 산새 소리를 듣거나 평소에 지나쳤던 야생화를 관찰하게 되고 졸졸 흐르는 계곡 소리를 듣게 된다. 산에 오가는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에서 서로 챙겨주는 손과 물병에서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자체가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고 즐거움이다.


과정의 순간순간을 즐기다 보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정상에 올라가 있는 자신을 경험한다. 목적, 가고자 하는 방향이 옳다고 믿는다면 과정의 즐거움을 희생하면서까지 결과를 낼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교감, 관계 맺음이 있어야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이 곱절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4. 나의 멘토가 있는가

"나의 힘듦을 먼저 알아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 이 글을 함께 읽고 그런 사람을 "멘토"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어 선생님들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들에게 멘토가 있으신가요. 선생님마다 자신의 멘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나만 빼고 모두 멘토가 있었다. 멘토의 정의는 모두 달랐지만 멘토는 서로 소통하고 관계 맺는 한 사람이었다. 자기 개발서를 읽다 보면 "닮고 싶은 사람을 만나라.", "자신의 멘토가 있어야 한다."라고 한다. 살면서 누군가와 관계 맺고 지내는 일은 중요하다.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것이 자명한 현실이다. 타인의 힘을 빌어 위안받고 격려받는 일은 넘어지고 힘듦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이 될 수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나는 누구와 멘토의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독서 모임 하면서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꼭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될 거라 생각한다. 진심을 다해 관계 맺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내가 어려운 처지나 상황에 놓이거나 힘들 때 떠올리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사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의 모든 것을 나누어도 부담 없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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