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댁에서 저녁을 먹었다. 애들 자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기 10분 전에 둘째가 잠이 들었다. 주차를 하고 잠든 둘째를 안고 집에 들어왔다. 둘째를 안방에 눕혔다. 첫째는 아내가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재빠르게 첫째가 누울 자리에 이불을 폈다.
평소 아내는 첫째를, 둘째는 내가 재운다. 평소처럼 아내가 첫째를 재우도록 조용히 안방으로 사라질 생각이었다. 첫째가 나를 보더니 오늘은 아빠랑 엄마랑 같이 자야지 자기 옆자리를 내어주었다.
얼마 만에 둘째 없이 첫째랑 누워보는가. 불현듯 스치는 생각에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첫째도 나와 오랜만에 누워서 그런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조용히 내 손을 꼭 잡았다.
아내는 첫째를 재울 때 오디오 동화를 틀어준다. 아내가 첫째에게 어떤 동화가 듣고 싶은지 물었다. 첫째는 망설임 없이 금도끼 은도끼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오늘 토끼와 도끼라는 글자를 배워서 나름 뿌듯해서 그런 것 같다.
캄캄한 거실에 첫째를 가운데 두고 아내와 내가 누웠다. 오디오 동화를 숨죽이며 듣고 있는데 나무꾼이 산신령에게 하는 말이 귀에 꽂혔다.
'금도끼 은도끼는 내 것이 아닙니다.'
나는 과연 내 것이 아닌 것에 내 것이 아니라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가 잠시 생각했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리거나 기어코 손에 쥐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가끔 집착하기도 한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내 것인 척하고 자신을 속이며 산다. 아등바등 산다.다른 사람의 것을 뺏는 것도 서슴없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눈을 돌린 사이 정작 내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하고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첫째가 잠드는 사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봤다. 사소한 것도 괜찮았다. 머릿속으로 가진 것에 대한 목록을 적어봤다. 생각보다 많았다.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나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분신 같은 세 아이가 있다.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다니고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전세지만 누울 자리가 있는 집이 있고
잘 굴러가는 자동차가 있다.
무엇보다 아픈데 없이
살아 숨을 쉬고 있다.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첫째, 둘째가 내일 아침이면 '빠~빠~빠~' 하며 나를 찾을 텐데 나는 이미 많음 것을 가지고 있었다.
어떠한 것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삶일 테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겠지만 내 것이 아닌 것에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만족하며, 당당하게 내 것이 아닌 것에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