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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26. 2020

아이가 다쳤다면 먼저 괜찮냐고 물어봐주세요

지난 주말,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  들은 거실과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다. 아이들 노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시끌벅적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소리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설거지를 거의 끝낼 때쯤 뒤에서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뭔가 떨어졌다. 소리에 놀래 뒤를 돌아보니 첫째가 의자에서 떨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들도 놀랐는지 울지도 않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뱉지 말았어야 했다. 생각하고 말할걸.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들에게 '조심해야지' 말은 했지만 똑 쏘는 말투였다.


아들에게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 남은 설거지를 하면서 아차 싶었다. 괜한 말을 했구나 후회감이 밀려왔다. 괜찮냐고 물어봤을걸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들은 아들은 고개를 획 돌리며 '치' 하며 혀끝을 찼다.


상황을 지켜보던 아내도 나를 보며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아내는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가 다치면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라고 했다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아들의 마음에 안타까워했다.


'아... 어제까지만 해도 아들과 훈훈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걱정하는 눈빛으로 아들에게 괜찮냐고 다시 물었다. 아들의 반응을 보니 버스는 이미 지나갔다. 고개를 획 돌리며 연달아 '치. 치.' 거렸다. 아들의 서운하고 삐진 마음을 돌이키기엔 늦었다.


만약 시간을 돌려 아들이 바닥으로 떨어진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아들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겠지만 돌이킬 수 없으니 더 안타까웠다.


아들은 내가 혼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무슨 말만 하면 혼냈다고 울먹이는데 다섯 살 아이는 다 그런 건가요? 물어보고 싶다. 아들도 나도 억울하네.


아들, 어제 떨어진 건 좀 어때? 아팠을 텐데 다친 데는 없어? 괜찮아? 앞으로 아들이 위험한 상황에 있거나 조금이라도 다치게 된다면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리라.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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