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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Nov 02. 2020

엄마도 방귀는 뀌거든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뭔가 헤매는 아들을 도와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아냐, 엄마한테 해달라고 할 거야.' 단번에 나의 도움을 거절했다.


'아빠는 여자가 아니잖아.'


이게 무슨 말인가, 남자여자를 구분하는 아들이 기가 막혔다. 아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빠는 남자니까 좋아하지 않는단다. 속으로 벌써부터... 서운하면서도 다섯 살 너도 남자긴 남자인가 보네 웃어넘겼다. (살짝 속 쓰렸다.)


맥락과 상관없이 이어지는 아들의 말에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아빠는 똥 싸니까 싫어.' 어안이 벙벙 아들의 말에 무슨 말로 되받아칠지 떠오르지 않았다. 뒤통수를 한대 후려 맞은 것 같았. 생각해서 한다는 말이.


'엄마도 똥 싸거든!'


억울한 마음도 살짝, 장난치고 싶은 마음에 아내를 끌어들였다.' 여자에 대한 환상을 깨줄 요량으로 아들에게 엄마도 방귀 뀌고 똥싸거든.' 힘주어 말했다. 이슬만 먹는 아내를 욕보이게 했다.


아들은 내 말을 듣자마자 '엄마는 똥 안 싸! 안 싸는데 무슨 말이야' 라며 끝까지 아내를 옹호했다.

아들, 질투나게 엄마만 찾냐

껌딱지였던 첫째가 엄마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생각해보니 21개월 둘째와 미묘하게 경쟁하게 만들다. 밥 먹이기 위해, 옷을 입히기 위해 은연중에 경쟁심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둘째가 태어난 뒤로 첫째와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반면 째를 나무라는 상황도 늘었다. 첫째 입장에서는 큰 변화다. 한마디로 아빠가 변했다.


어쩌면 첫째도 아빠만 찾는, 아빠 품에 껌딱지같이 붙어있는 동생을 보며 질투하는지도 모르겠다. 심술 나서 더 반대로 말하고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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