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오후, 드르르 알람이 울렸다. 브런치 작가 제안 알람 문자였다. 문자를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솔직히 문자를 받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감정만큼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금도 생생하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어떤 제안일지 궁금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감사하게도 잊을만하면 브런치 작가 제안 알람이 울린다. 주로 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 직무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많았다. 가끔 플랫폼 제작 과정에서 멘토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한 번은 한 출판사에서 책 리뷰 작업을 제안했고 그 출판사에서 출간한 육아 관련 책 리뷰도 했었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 작가라면 꿈꾸는 출간•기고 제안도 받았다. 물론 그 이후로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지만 나도, 내 이야기로 책을 쓸 수 있겠구나 가능성을 확인했고, 원고만 있으면 되겠다는 말에 희망을 보았다.(그래서 나름 원고를 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강연•섭외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보통 출간해야 강연•섭외의 부수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만약 출간하게 된다면 나도 강연을 하겠지 막연하지만 달콤한 생각을 했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강연•섭외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전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동경하고 꿈꿀 뿐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과 가빠지는 숨을 가다듬고 메일함을 열었다. 제안한 곳은 지식 공유 플랫폼 회사였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취준생들에게 본인의 직무를 소개하고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 작성 방법, 면접 노하우 등 다양한 정보를 오디오로 제공을 하는 플랫폼이었다. 질문 리스트에 맞춰 내용을 작성하고 두세 번의 코멘트 작업을 해야 했다. 스트립트로 완성된 최종 대본으로 녹음하는 과정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 직업을 알릴 기회였다. 적어도 사회복지사나 교육복지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았다.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회복지사로 12년을 일했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고민하지 않았다.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하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그날 매니저로부터 질문 리스트를 받았다. 25개 문항. 생각보다 질문이 많아 놀랐다. 지금까지 했던 직업 인터뷰와는 차원이 달랐다. 질문이 구체적이고 세세했다. 한 문항에 적게는 네다섯 질문이었고 많게는 질문이 열개가 넘었다. 질문 리스트를 보면서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었고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막막했다. 덜컥 겁이 났다.
5일을 홀라당 날려버렸다. 금요일 오후에 작가 제안이 왔지만 주말 동안 노트북을 켜기는커녕 두 아들을 보느라 정신없었다. 인터뷰 작성은 아이들을 재운 다음에야 할 수 있었다. 육퇴를 하면 저녁 9시. 남들보다 이른 육퇴지만 그마저도 힘들었다. 이틀은 두 아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버리기도 했다.
두 차례 작성한 질문 리스트에 대해 코멘트를 받고 고치거나 다듬었다. 차츰 정리가 됐다. 멘토님의 콘텐츠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는 매니저님의 피드백에 용기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12월 1일, 최종 대본을 보냈다. 무려 한 달 반이나 걸렸다. 완성된 대본을 읽는 내내 뿌듯했다. 나름 내가 속한 직업군에 대해 정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 35 페이지 분량을 보고 속으로 [나는 교육복지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책 한 권 써도 되겠다고 김칫국부터 미리 한 사발 마셨지만 말이다.(진짜 도전해볼 생각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직접 녹음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지역 감염으로 확산되는 상황에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어, 무엇보다 신생아를 둔 세 아이 아빠라서 고민 끝에 대리 녹음으로 진행해달라고 부탁했다. 욕심 안 부리기로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유튜브처럼 돈이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지금 당장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진 않지만 커피 한잔, 밥 한 끼 먹을 수 있었다. 브런치에 글 쓰는 목적이 돈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소소하지만 가끔 선물처럼 울리는 브런치 작가 제안 알림 문자는 보상이자 기회이고 행운이었다.
생애 첫 전자 계약서에 서명을 덕분에 딸 출산에 맞춰 출간하고자 했던 목표를 나름 달성할 수 있었다. 바라던 책 출간은 아니지만 계약서도 작성했고 수익금도 발생하기에 감사할 뿐이다. 오디오로 제공되니 오디오 북이나 다름없지 않겠나. 흐흐.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다. 2020년을 디뎠으니 2021년은 도약했으면 좋겠다.
꾸벅. 기회의 다리가 되어준 브런치 팀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종종 행운이 깃든 브런치 작가 제안 알람이 울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