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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Nov 10. 2020

첫째에게 동생들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주말 둘째를 장모님에게 맡겼다. 장모님은 주말이라도 쉬어야지 않겠냐며 하룻밤이라도 편하게 자라며 둘째를 데려갔다. 감사합니다. 꿀 같은 장모님 찬스 덕에 그날 저녁 일찍 육퇴를 할 수 있었고 일요일에 하루 종일 첫째와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 4시, 둘째를 장모님에게 맡겼다. 장모님 댁에 도착했을 때 둘째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저녁을 먹고 갈까(어느 순간부터 밖에서 저녁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고민했지만 둘째가 잠들어 있을 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조용히 나섰다.


저녁 준비를 위해 곧장 집으로 갔다. 한창 저녁 준비에 정신없을 때 거실에서 놀고 있는 첫째가 눈에 들어왔다. 항상 둘째를 맡기면 느끼는 거지만 집에 첫째와 둘째가 있다가 첫째만 있으면 뭔지 모르게 집안이 적막하다. 조용한 집안 분위기가 어색하다. 분명 첫째도 조용하다 못해 쓸쓸한 집안 공기를 느끼는 것 같았다. 놀고 있는 첫째의 모습이 뭔가 짠했다. 놀고 있어도 놀고 있지 않은 느낌, 재밌어하거나 신나 하지 않았다.   


같이 놀기 위해 서둘러서 저녁 준비를 마쳤다. 색종이를 접고 있는 첫째 아들 옆에 조용히 다가가 앉았다. 아들은 나를 기다렸는지 내가 앉자마자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첫째는 심심했던 모양이다. 책을 가져와 읽어 달라고 했다. 한동안 첫째는 책을 읽고 색종이를 접으면서 내 품에서 떠나지 않았다.   


갑자기 첫째의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아들에게 유호야! 불렀다. 아들은 책을 보다 말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유호야! 만약에 유호한테 동생이 없었으면 어땠을 것 같아? 물어봤다.


응? 되묻는 아들에게 "엄마, 아빠가 동생을 안 낳았으면 어땠을 것 같아?" 다시 물어봤다.


음... 한동안 생각하던 아들은 툭 속마음을 내비쳤다.


심심할 것 같아. 재미없을 것 같아.


부정적으로 말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말에 놀랐다. 심심할 것 같구나 아들의 말에 공감해줬다.


그제야 아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끄집어냈다. "성가시게... 귀찮게 해서 내가 뺏는 거야! 내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는 데 맨날 뺏잖아. 그래서 일부러 뺏는 거야." 아! 짐작은 했었는데 아들에게 직접 들으니 더 미안했다. 뺏긴다고 생각했구나...  


첫째의 말을 듣고 아들이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었다. 토닥토닥 그랬구나 더 이상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순간 첫째가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면 클수록, 동생이 생긴 뒤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다가 안 되는 상황,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에 제한을 두고 훈육당하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아빠 품을 동생이 차지하고 있으니 질투심이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보다 동생을 생각하기에 첫째의 말에 안타까웠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외동이면 모르겠으나 이제 셋째까지 동생이 두 명이 되었으니 앞으로 첫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야겠다. 적어도 동생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다치지 않게 아빠 역할을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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