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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Nov 12. 2020

아침저녁 끼니를 고민하는 아빠

지금 퇴근 30분 전이다. 불안하다. 스멀스멀 걱정이 기어올라왔다. 그 이유는 오늘 저녁 메뉴를 정하지 못해서다. 산후조리원에 있는 아내를 대신해 엄마 몫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아침저녁으로 밥상 차리는 일이 늘 걱정이다.


오후 4시 30분 퇴근, 퇴근길에 둘째와 첫째를 차례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서 데려온다. 집에 도착하자 아침에 널브러뜨린 것들을 치운다. 먼저 싱크대에 한데 모아둔 그릇을 설거지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그동안 두 아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텐텐 영양제를 입에 물린다. 텐텐을 다 먹으면 첫째는 치즈 달라고 아우성이다. 재촉하는 첫째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휘리릭 설거지를 끝낸다. 설거지를 끝내면 거실에 벗어던져 놓은 내복을 빨래통에 넣는다. 청소용 접착식 돌돌이를 가지고 집을 한번 훑는다.


이때 둘이 놀게 하거나 어쩔 수 없을 때는 뽀로로를 틀어준다. tv를 틀어주는 날이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되도록이면 tv를 적게 보여주려고 저녁밥을 서둘러서 준비한다. 모든 메뉴가 30분이면 뚝딱. 엄마들이 보면 화들짝 놀라겠지만 아침저녁은 만들기 쉽고 먹기 편한 메뉴다. 볶음밥. 주먹밥처럼 먹기 좋게 동그랗게 만들어 식판에 주면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는데 잘 먹어주는 두 아들을 보면 뿌듯하다.


오늘은 어떤 메뉴를 해볼까. 퇴근까지 10분 남았다. 초이 돌아갈수록 심장이 쪼여온다.


어제 메뉴는 성공적이었다. 갈치 순살을 잘게 찢어 햄, 계란과 함께 볶았다. 마지막에는 김가루를 뿌렸는데 두 그릇씩 먹는 두 아들, 먹자마자 밥이 달다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첫째너스레를 보고 앗싸!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은 닭가슴살을 찢어서 햄과 계란, 김과 함께 볶아 볼까. 아니면 냉동실에 있는 꼬리곰탕을 녹여 밥에 말아 줄까. 누룽지는 너무 간단하고... 그렇다고 처가댁 가기에는 번거롭고. 일단 냉장고 안을 확인해야겠다.

엄마 몫까지 하려니 하얗게 불태우다 그만 고무장갑이 터져버렸다. 두 아들이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나름 노력하는데 엄마의 역할은 발끝도 못 미친다. 오늘도 파이팅해보자. 육퇴까지 3시간 30분 남았으니.


저녁 준비에 바쁜 육아에 지친 엄마, 아빠들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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