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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Nov 24. 2020

오빠부심

 11월 18일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들이 동생을 맞이한 날이었다. 두 아들을 하원 시키고 동생을 보러 집으로 가는 길, 두 아들이 동생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어떤 기분일까. 우스갯소리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안방 침실에 있는 것을 목격 것과 비슷한 충격이라는데 내심 걱정이 됐.


 솔직히 첫째는 걱정되지 않았다. 이미 동생을 성공적으로 맞이한 경험이 있었다. 첫째에게 동생은 놀고 있는 장난감을 뺏거나 들러붙어 성가시게 하는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하루만 떨어져도 보고 싶고 심심해하는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도 동생과의 관계에서 서로 충돌되는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서 걱정하지 않았다.


 갑자기 동생을 맞이 첫째의 기분이... 어땠을까... 글을 쓰다가 궁금해졌다.


 첫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찐이가 처음 집으로 왔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첫째가 '음...' 잠시 생각하더니 '좋았어!'라고 대답했다. 기특한 마음에 '유호는 좋았구나!' 첫째의 말을 공감해줬다. 그제야 첫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해줬다. 첫째는 '나도 찐이 분유 먹이고 싶은데... 아빠가 다 하니까 싫어!. 안된다고 말하니까 속상해.'라고 삐죽거리며 말했다.


 아... 그랬구나. 첫째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줄 몰랐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첫째의 서운한 마음을 다독이며 오늘 저녁에 찐이에게 분유 먹여보라고 달랬다.


 그래도 첫째는 어느덧 다섯 살이 됐다. 제법 동생을 잘 챙긴다. 걱정이 덜한 반면 21개월 둘째는 동생을 맞이하기에는 아직 어렸다. 이 안 된 아기가 신생아 아를 맞이해야 한다니 둘째의 반응이 제일 궁금했다.

 둘째의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아내와 나는 놀랐다. 동생을 처음 보는 둘째의 눈빛이 훈훈했다. 아내와 내가 찐이에게 하는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그대로 따라 했다. 행여 다칠까 조심조심 머리를 쓰다듬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영락없는 사랑 가득한 오빠의 눈빛이었다. 새벽에 낑낑거리는 찐이 소리에 깨서는 자기가 젖병을 들겠다고 기여코 자리를 차지했다. 날 둘째는 찐이 새벽 수유까지 지켜봤다.


 아내와 내가 수유하거나 분유를 먹이면 두 아들은 조르르 안방으로 따라 들어온다. 서로 자기가 분유를 먹이겠다고 난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치열하다. 첫째는 수유 의자에 올라와서 내 등 뒤에서 젖병을 잡고 둘째는 찐이 머리맡에 서서 젖병을 잡는다. 빼꼼 얼굴을 내민 둘째가 사랑스럽다.

 벌써 출산 휴가를 쓴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셋째가 집으로 오면 어떨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첫째와 둘째의 반응도 걱정이었지만 새벽에 잠 못 이루는 신생아 육아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막상 찐이가 집으로 와보니 두 아들이 오빠 노릇을 잘해주고 있다. 해코지만 안 해도 어딘가. 새 가족으로 맞이해주는 두 아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첫째와 둘째 때와는 다르게 셋째는 잠을 잘잔다. 여자 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3~4시간 간격으로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데 어찌나 감사한지 눈물 난다.

 여동생을 향한 오빠부심을 지켜줘야겠다. 오빠 노릇을 할 수 있게 역할을 남겨둬야겠다. 두 아들에게 하지 말라고, 안 된다고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마음먹은 것은 하고 마는 두 아들. 기어코 동생을 토닥이거나 쓰다듬어주거나 코 뽀뽀를 하거나 분유를 먹이려고 하는데 이걸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 을 알았다. 이제 다섯 살, 두 살밖에 안됐어도 오빠로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현듯 셋째 태몽 아닌 태몽이 떠올랐다. 처가댁 거실에서 세 아이가 깔깔거리며 뛰어노는 꿈이었는데 머지않아 곧 거실에서 뛰어놀 것만 같아 느낌이 이상하다. 언제 크겠느냐만은 또 언제 컸나 싶을 정도로 부쩍 커 있겠지. 적어도 3년은 세 아이 키우는데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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