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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10. 2020

짠내나는 첫째

 유호? 짠호? 짠첫째. 요즘 첫째를 보면 이유 없이 짠내가 난다. 그냥 짠하다.


 며칠 전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방금 전에 유호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며 마침 고구마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선생님 말을 듣자마자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을 쏟을뻔했다고 했다. 하필 왜 그 타이밍에 고구마를 먹었던 거야.


 아내는 카톡으로  눈물을 쏟을뻔한 이야기를 해줬다. 담임 선생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수업 계획을  안내하려고 전화했다고 했.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들의 유치원 생활 듣게 됐다고 다. 선생님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 반에서 유호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 선생님은 유호가 유치원에 안 오는 날이면 친구들이 유호를 서로 찾는다고 했다. 솔직히 아내의 말을 듣고 유치원에서 나름 적응하고 있는 아들이 대견했다. 역시 내 아들이 고만 뿌듯했다. 


 아내는 고슴도치 마마인 게 분명하다.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이게 무슨 눈물을 쏟을 뻔한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솔직히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눈물 쏟을뻔했다.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고 아이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고마웠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환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담임 선생님은 이어 요즘 부쩍 유호가 자신의 무릎에 앉는다고 했다고 했다. 재잘재잘 자신의 무릎에 앉아 동생 자랑을 어찌나 하는지 그 모습이 귀여웠다 칭찬했다. 첫째가 동생을 좋아한다고 느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트림시키거나 분유를 먹이려고 하면 자기도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자기가 먹여 보겠다고 아우성인데 내가 다 성가실 정도다. 응애 울음소리만 들려도 하는 일 멈추고 재빠르게 아기 침대로 달려간다. 틈만 나면 동생이 잘 있는지 확인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씩씩하게 보이던 첫째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었나 보다. 담임 선생님은 부쩍 자기한테 잘 안기는 유호에게 속마음을 들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아내에게 유호가 했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유호가 자기한테 안기면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다고 했다며 뭔지 모르게 안쓰러웠다고 했다.

형오빠부심

 아이고. 아내의 말을 듣고 속상하고 미안했다. 첫째의 속마음에 짠했다. 아내와 내가 첫째에게 신경 쓴다고 했지만 첫째가 느끼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나 보다. 세 아이에게 나눠지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첫째가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에 아팠다. 


 동생에게 자기 것을 나누고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 뺏겼다고 느꼈을 것이고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부쩍 어떠한 행동에 제한하는 엄마, 아빠의 태도에 서운했을지 모른다. 첫째 입장에서 억울했을 수도 있다. 이제는 아내나 나에게 안기려 해도 머리부터 들이대는 둘째가 있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다려야 한다. 신생아인 막내도 엄마, 아빠 품에서 떠날 생각이 없다. 뱃속에 있을 때는 빨리 보고 싶었던 동생이었지만 막상 태어나니 성가시고 귀찮다. 때론 억울하고 분한 기분도 든다. 어쩌면 묘한 질투심에 혼란스럽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z1d58yfWVnM


 첫째도 첫째지만 둘째도 짠내날까 걱정이다. 장모님이 막내가 태어나기 전에 둘째에게 하던 '찐이 태어나면 넌 찬밥 신세야.'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어쨌든 세 아이 모두 짠내나지 않도록 더 안아주고 더 함께 놀고 더 아이의 말을 들어야겠다. 


 유호야! 더 안아주지 않아 슬프고 외로웠구나.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해. 좀 더 신경 쓸게. 네가 엄마, 아빠 아들이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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