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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07. 2020

애걸복걸해야 하는 뽀뽀

 두 아들이 변했다. 진짜 치사하다. 이제는 애걸복걸해야 뽀뽀해준다. 진짜 진짜 왕 치사하네.


 다섯 살 첫째와 뽀뽀한 지 오래됐다. 이제는 억지로 첫째 볼에 입술을 비벼야 한다. 요즘 첫째에게 뽀뽀를 하면 질색팔색 도망가는데 아들의 행동에 만감이 교차했다. '아! 맞다, 다섯 살 남자지.' 이제는 남자라고, 다 컸다고 거부하는 것인지 몰라도 가끔 내 품에 안겨 뽀뽀를 하던 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예전에는 아들의 반응이 무조건 반사 급이었다. 첫째에게 뽀뽀라고 하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입술 도장을 퍼붓었는데 이제는 애걸복걸해도 딴청 피우고 심지어 거부한다. 이게 뭐라고, 아들의 행동에 기분이 상하고 서운하다. 벌써부터 컸다고 티 내는 거니.

 

 요즘은 코로나-19로 더 거부한다. 아무래도 유치원에서 위생 교육을 잘 시켰나 보다. 스킨십에 더 철저해졌다. 이제는 자기 숟가락부터 챙긴다. 남이 먹던 것은 거부한다. 남이 아닌데, 우린 가족이잖니. 동생이나 내가 조금 베어 문 것을 주면 코로나 걸린다고 침 댔냐고 난리다. 반찬도 따로 줘야 한다.


 속으로 언제부터 깔끔 떨었다고 유난을 떠는 아들의 말에 당혹스러운 것 사실이다. 기어코 새 것을 먹겠다는 첫째를 보며 엄마, 아빤 네 똥 기저귀 빨아가면서 키운 건 아니지만 지금도 닦아주잖니 조용히 혼잣말하는데.


 사실 첫째는 그렇다 치더라도 둘째 녀석의 행동에 상처가 컸다. 변하기엔 너무 이른 22개월이기 때문에 서운한 건 서운하더라.


 어제 둘째에게 조용히 얼굴을 내밀고 '아빠 뽀뽀'라고 했다. 내심 둘째가 바로 뽀뽀할 것 같아 아빠표 리엑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와락 안아주며 찐하게 뽀뽀해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둘째는 스윽 눈만 돌릴 뿐 나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본체만체 자기 하던 일을 했다. 분명 들었는데 못 들은척했다. 장난기 많은 둘째라서 밀당하는 줄 알았다. 둘째에게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얼굴을 들이대고 '아빠 뽀뽀'라고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철저하게 거절당했다. 말귀 잘 알아듣는 둘째가 못 들은 척하니 완전 배신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 둘째 행동에 어이없었다.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지, 속을 끓였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먼저 해야지. 둘째에게 뽀뽀라고 말하며 둘째 품을 파고들며 둘째의 볼에 얼굴을 비볐다.


 상처 난 마음으로 셋째에게 갔다. 마침 분유를 먹여야 할 시간이었다. 신생아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적어도 당분간은 거절하지 않을 테니. 새근새근 숨소리와 킁킁 얼굴을 맞댈 때 나는 분유 냄새와 멀뚱멀뚱 바라보는 눈망울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한참 동안 킁킁거리며 분유 냄새를 맡으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젖 냄새도 사라지고 그리워겠지만 말이다.


 두 아들에게 뽀뽀를 구걸하고 말았다. 몸으로 놀다가 첫째 둘째를 번쩍 들어 올렸다가 위아래 위아래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빠표 자이드롭이었다. 두 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또. 또. 또 해달라고 졸랐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 아들에게 뽀뽀하면 또 해주지 바로 해주지 않고 아들과 거래를 했다. 두 아들은 놀이에 팔려 입술을 내밀고 나를 덮었는데 싫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뽀뽀를 해야겠다. 

 세 아이가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어도 스킨십하는 아빠이고 싶다. 세 아이가 애걸복걸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안기고 뽀뽀하는 아이으면 좋겠다.


 잊고 있었던 1분 데이트를 다시 할 땐 싶다. 출퇴근 때 아이와 아내를 안아주고 뽀뽀해야지. 당장 오늘부터 퇴근하고 뽀뽀. 아니 양치부터. 기다려요. 내가 먼저 친근하게 다가가는 세 아이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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