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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21. 2020

육아가 끝나면 부부만의 미니멀 라이프가 가능하겠죠?

 아이를 키우면서 미니멀 라이프가 가능할까. 중요한 것만 남기고 비우는 삶, 요즘 들어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과연 세 아이를 키우면서 단순하게 사는 삶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직 미니멀 라이프 남 이야기 다. 아무리 버려도 비우는 족족  물건들 채워지니 미니멀 라이프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몇 달 전 거실을 차지던 미끄럼틀을 치웠다. 워낙 두 아들이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해서 미끄럼틀을 치우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고민 끝에 당근 마켓 무료 나눔 했다. 하지만 어렵게 만든 공간 금세 다른 것으로 채워졌다. 며칠 후 셋째 수유를 위한 소파 두 개 들이고 말았. 미니멀 라이프는 이제 안녕이다.


신박한 정리라는 예능 프로그램보면서 비우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는다. 하지만 여느 출연자처럼 방송 출연하지 않으면 당장 비우지 못할 것 같. 매번 옷방에 들어가 입지 않는 옷을 고르지만 지금 버리기 아깝고, 언젠간 입을 것 같은 느낌이다. 버리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용기 내지 못한다.


 용기도 용기지만 아이들을 독립시키지 않는 이상 비우는 삶은 힘들다. 육아는 아이템 빨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분유 보트가 이렇게 편할지 몰랐다. 수유 의자도 써보니 필요하다. 역류방지 쿠션이나 수유 쿠션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아기 침대도 안방에 들였다.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장난감과 책도 함께 쌓였다.


 무엇보다 아이들 물건은 마음대로 버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버리거나 누구에게 주려면 아이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비우는 삶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다. 평소에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이나 물건 버린다고 하거나 필요한 친구에게 나눠 준다고 하면 내놓지 않다. 거실은 이미 버리지 못한 아이들 물건으로 너저분하게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난 주말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거실에 타요 버스 미끄럼틀을 새로 들이고 말았다. 아내의 지인이 처분한다는 을 굳이 1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가지고 왔다. 원룸에 60인치 이상되는 tv를 설치한 느낌이랄까. 거실에 과하긴 하다.

 당분간 미니멀 라이프는 아이들을 위해 포기했야 할 것 같다. 타요 버스를 가지러 가는 날, 아내가 빨리 오라며 들이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고 했다. 미끄럼틀을 설치해주자 마자 우당탕탕 서로 타려고 신났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전에 있던 미끄럼틀을 괜히 버렸나 싶.


 아이가 셋이 되면서 집안은 점점 아이들의 공과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언제쯤 아내와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몰라 서글프다. 가끔 언제 컸나 싶을 정도로 시간 가는 것이 아쉽고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 


 언제 부부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할 수 있을까. 아내도 부부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지 어제 지나가는 말로 아쉬움을 내비쳤다. '4년 넘게 연애하지 말고 2년 연애하고 결혼할 걸 그랬나 봐, 2년 동안 단둘이 여행만 다니게.' 아내도 나도 오붓한 둘만의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를 꿈, 집에 있는 공간과 시간아내 함께 채우고 싶다. 그런 미니멀 라이프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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