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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Dec 29. 2020

동생을 맞이하는 22개월 둘째 루틴

 . . .


 22개월 둘째는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동생을 애타게 부른다. 신발을 벗자마자 찐. 찐. 태명을 부르며 안방에 있는 아기 침대로 달려간다. 둘째를 말릴 틈이 없다. 밖에 나갔다 왔으니 손발을 씻자고 하지만 아기 침대에 매달린 둘째는 힘으로 버틴다.


아가. 아가. 아가.


 둘째는 자기도 아가라는 것을 잊었나 보다. 분유를 먹이고 있으면 둘째는 수유 의자로 쪼르르 달려온다. 무릎 맡에 서서 하염없이 동생을 내려다보는데 어찌나 둘째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지 손가락을 가리키며 아가. 아가. 아가라고 사랑스럽게 부른다.


우쭈쭈.


 셋째가 배고파서 앵앵 울거나 찝찝한 기저귀를 바꿔달라며 칭얼거리면 둘째는 동생을 달랜다. 우쭈쭈 거리며 고사리손으로 셋째 배를 토닥토닥거리는데 아직 자기도 힘 조절이 안 되는지 보는 내가 불안해서 손을 잡을 정도다. 고사리손의 투박한 손길에 사랑이 담겼다.


세 남자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는 막내 딸

 첫째의 막내 동생 사랑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매일 아기 침대에 가서  동생 잘 있는지 안부를 확인한다. 매일 '한번 안아 볼래!' 시내버스에 타자마자 빈자리에 가방부터 던지고 보는 어느 어르신처럼 엉덩이부터 들이대며 수유 의자를 차지한다. 자기도 배꼽 소독해보고 싶다며 목욕시킬 때마다 자기 순서를 기다린다.


 벌써 셋째가 태어난 지 50일이 넘었다. 며칠 전 50일 촬영이 있었는데 언제 컸나 싶을 정도로 허벅지와 얼굴에 살이 붙었다. 조산으로 힘들었고 37주 하루 만에 2.6kg로 태어났던 셋째. 50일 만에 오동포동 살이 올랐다.


 두세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던 셋째도 이제는 대여섯 시간은 거뜬하게 버틴다. 언제 목을 가누고 뒤집기를 할지 알 수 없으나 그 시간마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금방 지나갈까 아쉽다.

 

 지금 셋째를 맞이해서 생긴 루틴에 식구들은 적응 중이다. 를 키우면서 느끼는 불편과 피로, 책임에 따른 절제와 희생도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 어쩌다 마주친 배냇짓, 아이 피부에 나는 젖 냄새에 한순간 행복으로 바뀐다. 부디 셋째를 맞이하면서 생긴 루틴이 행복으로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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