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글쓰기 모임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10분, 놀이처럼 오늘의 기분을 씁니다. 감정 카드로 매일 쓰기로 했습니다.30일 동안이요.
기획 단계에서 과연 초등학생도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됐습니다. 요즘책도 잘 안 읽는데 글을 쓸 생각을 했다니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기획안을 만들고 교감, 교장 선생님에게 보고까지했지만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갈피를 못 잡아 미루고 미뤘습니다.
맨땅에 헤딩으로 일단 5, 6학년 대상으로 모집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4명이 모였습니다. 모두 5학년이었습니다. 처음 4명밖에 안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4명이라도 함께 쓰면 쓸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써보자는 생각으로 그냥밀어붙였습니다. 같은 학년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왜 감정 글쓰기인가. 자기감정을 들여다보고 다스릴 줄 아는 아이가 마음도 생각도 튼튼합니다. 보통 자기표현을 잘하는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합니다. 친구 관계도 좋고 자존감도 높습니다. 감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 공감을 잘합니다.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납니다. 글쓰기 능력까지 키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글쓰기에 참여한 동기는 아이마다 달랐습니다. 소설을 쓰고 있어 호기심에 참여한 두 아이, 친구를 따라왔다가 혼자 남게 된 얼떨결에 참여한 아이, 그냥 참여해본 아이였습니다.
모임 첫날, 아이들과 앞으로 모임을 어떻게 운영할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운영 방법을 결정하도록 도왔습니다.
1.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운영한다.(나도 안 해본 zoom으로)
2.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지실에서 운영한다.
3. 온라인과 비온라인의 형식을 섞어 운영한다.
각 운영 방법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zoom으로 운영하면 바로바로 소통이 안되고 책임지지 않고 모임 자체가 느슨해질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매일 복지실에서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의외였습니다. 추운 날씨에,30일 동안 매일, 그것도 방학에 온다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습니다.부득이하게 못 올 경우 못 오는 사람만 zoom을 활용하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첫날이라 동기 부여했습니다. 글쓰기를 해보겠다고 모인 아이들을 칭찬했습니다.소설과는 다르지만 글 쓰는 행위는 같으니 도움될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쓰면 쓸 수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30일간 쓴 글을 모으면 출간도 할 수 있다고자극했습니다.(처음엔 제본할 생각이었는데 욕심부린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크크 출판사 홈페이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꾸준함과 인내로 쓰다 보면 출간의 문턱을 넘을 수 있지 않겠냐며 도전해보자고 했습니다. 뭐바라던 출간을 못해도 30일간 꾸준히 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과정에 힘을 실었습니다.
아이들도 침 튀기는 동기부여에 자극이 됐는지 눈이 초롱초롱해졌습니다. 집중해서 끝까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첫날이라 동기부여만 했습니다. 앞으로 매일 오전 10시 50분에 교육복지실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글쓰기는 10분씩 30분을 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연습 삼아 감정 카드를 골라보고 포스트잇에 써보도록 했습니다. 감정 카드를 고른 이유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써보고 각자 나눴습니다. 맛만 보고 마무리했습니다.
오늘 두 번째 모였습니다. 어느새 몰입해서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가능성을 엿봤습니다. 30일 글쓰기 대장정을무사히 마쳤으면 좋겠습니다.무엇보다 재미나는 글쓰기였으면 합니다. 초등학생과의 도전을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