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Jan 16. 2021

나두야 놔둬야

22개월 둘째의 성장 일기

 「앙쥬 백과」에서 생후 13~24개월에 자아 개념이 생긴다고 한다. 자아가 싹트면 자신과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달 심리학에 따르면 18~24개월 영아들은 사진들 속에서 자신을 알아볼 수 있고 사진 속 이미지를 부를 때 '나'라고 하거나 '자기 이름'을 부른다고 한다.


 둘째에게 '호는 어딨어요?' 물어보면 손으로 자기 가슴을 툭툭 친다. 이때 자신을 가리키며 '여! 여! 여!'라고 말하는 데 '지호는 여기 있다'는 말이다. 엄마, 아빠, 유호형, 소이를 틀림없이 맞추는 걸 보면 자기가 지호라는 것을 아는 게 확실하다. 둘째에게 '나'라는 개념이 생겼다. 그뿐 아니다. 네 것 내 것을 안다.


 20개월쯤 둘째에게 '내 것'이라는 소유 개념이 생겼다. 첫째가 자기 장난감을 만지거나 가지고 놀면 기어코 다시 가져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울고불고 난리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아빠 한입만'하면 무조건 줬는데 이제는 하나만, 한 번만 애원해도 딸기 하나 얻어먹기 힘들다. 선심 쓰듯 주지만 가진 것 중에 제일 작은 것을 골라주거나 한입 베어 문 걸 주고 보란 듯이 자기는 새것을 먹는다. 


 둘째는 뭐든지 '나두'다. 유독 첫째가 뭐를 먹거나 하면 '나두', '나두'하며 끼어든다. 첫째를 목마 태우면 둘째는 바짓가랑이 붙잡으며 '나두, '한다. 마치 슈렉 영화에 나온 고양이 눈빛 같다. 자기도 목마를 태워달라며 두 팔을 활짝 펴는 데 그 모습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아무튼 첫째가 하는 일에 '나두'하며 성가시게 한다.


 오늘은 둘째의 '나두'라는 말의 어감이 달랐다. 아이들과 목욕을 마치고 둘째에게 바지를 입히려고 했다. 둘째가 손에 들고 있는 바지를 잽싸게 낚아채며 '나두'라고 하는데 어째 둘째의 말투가 신경질 내는 것 같았다.


 '나두'야? 아님 '놔둬'야?


 며칠 둘째가 하는 말과 행동을 지켜보니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진짜 '놔둬'가 맞았다. 이제 조금만 도와주려고 해도 손길을 뿌리치는 둘째, 뭐든지 스스로 하려고 해서 애먹는다.


 22개월 된 둘째는 어느덧 자아가 싹텄고 스스로 하려는 힘이 생겼다. 서툰 손이지만 밥도 혼자 곧잘 떠먹고, 시간은 걸리고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지도 혼자 입는다. 말까지 트여서 자기주장까지 확실해졌다. 둘째는 지금, '나는 누구인지'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러다 곧 기저귀까지 뗄지 모르겠다. 나름의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들을 보며 아이들은 눈치 못 채는 사이 훌쩍 큰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동생을 좋아해줘서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행동 속에 감춰있는 아이의 찐 마음을 헤아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